'스파이기관 불문율' 깬 국정원의 이례적 北파병 정보 공개 왜?

'타임 테이블'·위성 사진 등 발빠른 공개…북러밀착 '현미경 감시' 과시
국제사회에 '압박 당위성' 강조·북러 발뺌 사전 차단 목적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10월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하시였다"면서 "전투원들은 한계를 모르는 전쟁수행능력 제고에 더욱 분투할 것을 다짐하였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CIA, 영국 MI6 등 세계의 국가정보기관들은 자신들의 정보력을 평소에 꽁꽁 숨겨 놓는다. 자신들이 뭘 알고 있다는 것 자체를 적들이 알 수 없게 한다는 게 스파이 기관의 불문율이다.

이 때문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현실화 된 가운데 18일 국가정보원이 관련 세부적인 내용을 대·내외에 공개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라며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고,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은 그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러시아는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럴 때도 국정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최대 3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11공수 여단 내 '부랴트 특수대대'로 파견될 것 △북한 장교 6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 18명이 탈영했다 등의 구체 수치를 제시하는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보도와 같은 '정보 조각'들이 공개돼 왔다.

정부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가능성이 크다"라며 우크라이나 매체 등 각종 보도를 두고 그간의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태도를 보였다.

이에 외교가에선 북한의 파병이 설(說)이 아닌 실제일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려왔다.

국정원이 공개한 위성사진으로 지난 16일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북한 인원 추정 240여명 운집해 있다.(국정원 제공)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 국가정보원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안보회의가 열렸고, 북한군의 실제 러시아 파병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의 러시아 함정 활동 정황을 알 수 있는 위성사진 △동해상 러시아 상륙함의 북한 병력 수송활동 요도 △16일 촬영한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 위성사진 △같은 날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 위성사진 등을 공개했다.

동시에 우크라군이 획득한 북한제 KN-23 잔해를 비롯해 우크라군이 획득한 북한 다연장로켓포 등 북러 불법 무기거래와 관련된 증거도 함께 제시했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활동'을 본격 시작한 시점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초에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수십 명 북한군 장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인근 북한 'KN-23 미사일' 발사장을 방문·현지 지도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 정보활동의 시작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일련의 '정보 확인'은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있어 일종의 '로우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문제 당사국으로서 정보력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의 중요성, 그리고 '북러 압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북러 모두 향후 발뺌할 수 없게 정보를 우리가 우선적으로 공개하는 전략적인 측면도 고려됐다는 관측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