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미 막힌 도로 왜 폭파까지…'단절' 의미 부각에 방점
'남북은 완전히 단절된 교전국' 내부 단속·국제사회 각인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이미 장기간 단절됐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것은 실질적 조치보다는 남북관계 '단절'의 의미를 대내외적으로 더 부각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은 15일 오전 11시 59분쯤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에서, 그리고 오후 12시 1분쯤 동해선에서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남북 연결도로의 이북 구간 일부를 폭파했다.
북한은 도로 잔해를 정비한 뒤 콘크리트 방벽을 세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다. 이는 북한 총참모부가 지난 9일 '남북 간 도로·철길을 차단하고 방어물로 요새화 공사를 하겠다'라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남노선 전환을 선포하며 언급한 '통일 지우기', '남북 두 국가론'에 따라 북한이 이행 중인 여러 단절 조치 중 하나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남북 간 육로 차단을 위해 지뢰 매설,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분단 이후 기능을 상실했던 경의선·동해선은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시 연결됐다. 경의선을 통해서는 개성공단 사업이, 동해선을 통해서는 금강산관광 사업이 진행되며 '남북 협력과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남북이 비핵화 협상에 임하며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도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고 착공식을 열기도 했다.
이같은 역사 때문에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모종의 조치'가 필요한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단절'의 의지를 부각하고 내부적으로도 '남한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북한의 폭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남북 연결을 단절하겠다는 조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주민들에겐 남쪽에 기대지 말라는 것을 알리며 대내 결속을 강화하고, 남쪽엔 '당신들과 거래하지 않을 테니 신경을 꺼달라'라는 메시지를 내고, 국제사회엔 '상황을 끼어들어 중재도 하고 협상도 하자'라는 의지를 넌지시 던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가 북한의 이날 행위가 '보여주기 쇼'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0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남북관계 냉각으로 정상 운영이 어려웠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바 있다. 실질적으로 북한에 위치해 있어 우리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움에도 필요 이상의 조치를 한 것인데, 당시 북한은 연락사무소의 파괴 영상과 사진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이번에도 모든 매체를 동원해 남북 연결도로의 '단절'을 적극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은 우리와 완전히 분리된 교전국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점을 각인시키고 한국과 국제사회에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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