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해선·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요새화' 단행(종합3보)

오늘 정오에 폭파 단행…'요새화' 공언 엿새 만에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기자 = 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전 11시 59분쯤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서 폭파를 단행했다. 이어 낮 12시 1분쯤 동해선에서도 같은 작업을 했다.

북한군은 이후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투입해 폭파한 도로 잔해를 걷어내는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콘크리트 방벽을 세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군은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폭파 행위로 인해 인접한 우리 군의 피해는 없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폭파에 따른 위험반경을 약 500m로 설정하고, 이 반경 안에는 장병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했다.

우리 군은 MDL 이남 지역에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6 중기관총 수십발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이에 대한 북측의 대응사격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폭파를 준비하면서 일정 거리에 접근할 때마다 경고방송을 했으며, 이날 폭파 직전에도 '북측의 행위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고,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장 멈추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10.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합참은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한미 공조 하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북한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로에서 인위적인 폭발이 있었다. 폭발 위치에는 가림막이 쳐져 있었고, 우리 측을 향해 큰 파편이 날아오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폭파 이후 잔해를 치우려는 듯 현장에 북한의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등장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당량의 폭약을 터뜨릴 경우 음파나 진동, 비산물에 의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며 우리 측 피해가 발생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은 경의선 구간 중 MDL 인접 70m, 동해선 구간 중 MDL 인접 40m 정도를 폭파했다. 북한군은 폭파를 위해 수십 개의 구덩이를 파고, 각각의 구덩이에 수십㎏ 정도의 TNT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폭발 규모가 아주 크진 않았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도로를 폭파하겠다고 밝힌 10일부터 인원들이 100여 명씩 각각 경의선과 동해선에 투입돼 삽과 곡괭이로 작업을 하는 것을 최근까지 식별했다"라며 "어마어마한 양의 폭발물을 넣어 폭파할 것으로도 추측했는데 실제로 한 걸 보니 '보여주기 쇼'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그들이 주장하는 남북 연결을 단절하겠다는 조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주민들에겐 남쪽에 기대지 말라는 것을 알리며 대내 결속을 강화하고, 남쪽엔 '당신들과 거래하지 않을 테니 신경을 꺼달라'라는 메시지를 내고, 국제사회엔 '상황을 끼어들어 중재도 하고 협상도 하자'라는 의지를 넌지시 던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아울러 "제반 정세하에서 우리 군대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는 것은 전쟁억제와 공화국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정의하고,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통일이나 민족에 대한 표현을 삭제하며 남북관계를 단절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 폭파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4.10.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남북 연결 육로는 경의선, 동해선, 화살머리 고지,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등 4곳이 있다.

이 가운데 경의선은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남북을 오갈 때 활용한 도로다. 동해선을 통해선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불모지 작업과 지뢰 매설, 침목·레일 및 가로등 철거, 열차 보관소 해체 등을 통해 차단 작업을 진행했으며 올해 8월 즈음엔 일대가 '허허벌판'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남한 무인기가 이달 3일과 9일, 10일 평양시 중구 상공에 침범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전날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군은 대북 감시경계태세와 화력대기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북한의 폭파 작업과 관련한 대비태세는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됐다는 판단 아래 장병 피로도 등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낮추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 단절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또 다른 행동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했고 우리가 놓아준 경의선과 동해선을 날렸는데, 이제 우리가 해준 다른 시설이 없어서 가시적으로 뭔가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라며 "현재 북한의 위협 수준만큼 실제 부대가 기동하거나 행동으로 나오는 건 식별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