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가 내세운 '아시아판 나토·핵공유'…현실성 있나?

전문가들 "현실성 떨어지지만, 미국 추구하는 방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2024.09.2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과 미국 핵무기의 '핵 공유' 구상을 언급했다.

기존 안보 협의체를 확대해 '집단 안보'로 중국을 억제하자는 구상인데, 두 사안 모두 첨예한 논쟁의 대상으로 일본의 새 정권의 행보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시아판 나토' 그리고 '핵 공유' 구상은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게재한 기고문에 언급됐다. 중국 등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고 이 프레임워크 범위 내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아시아 국가들의 집단 안보연합체인 '아시아판 나토'와 '핵 공유'는 이시바 총리가 지속적으로 설파해 온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현실성에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동맹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와 비슷한 성격의 다자기구 구성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무력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일본의 평화헌법에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일본은 2016년 안보 관련 법제를 개정해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일본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 생명 등에 위험이 있는 상태일 때만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나토의 방식과는 선명한 차이가 있다.

나토식 집단체체 내의 핵 공유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논쟁거리다. 일본은 그간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공식 입장인 '비핵 3원칙'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히로시마에 대한 기억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핵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지역 내의 집단 안보체제 출범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이시바 총리가 제기한 '아시아판 나토' 창설 제안과 관련해 '나토는 하나'라고 언급하며 조기에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미국은 대외정책을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중심축과 바큇살)' 구조에서 '격자형' 구조로 전환하고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참여 협의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동맹) 등 촘촘한 소다자 협력체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들 모두 대중 억제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당장은 새로운 집단 안보체제 구축에 힘을 쏟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으로 보인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시바 총리가 바로 아시아판 나토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내의 컨센서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담론을 던지자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성과는 별개로 인태 지역의 집단 안보협력체는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일본이 더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 비용을 분담하기를 원해왔는데, 이시바가 구상한 '아시아판 나토'가 실현될 경우 이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장의 아시아판 나토는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포석이다. 이게 성립이 된다면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시작된 일본의 '보통 국가화'가 기본적으로 완성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전에는 미국이 양자 동맹관계 속 각각 일본과 한국, 호주를 보호해야 할 방어 책임이 있었는데, 집단 안보체제가 구축이 되면 미국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라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국 견제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