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대원 어머니 "내일이 전역일인데…가슴이 아린다"

해병대 1291기 26일 전역…포항·대전서 추모행사

지난해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중 사망한 채 해병의 순직 1주기인 지난 7월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밀리토피아 호텔에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1주기 추모식 및 전국 전우 대표단 보고회의'에서 해병대전우회 회원들이 헌화 후 경례를 하고 있다. 2024.7.1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원의 어머니가 아들의 전역일을 앞두고 편지로 그리움을 표현했다.

해병대원의 어머니 A 씨는 25일 오전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적었다.

A 씨는 편지에서 "아들이 입대하던 날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해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라며 "1291기수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게 돼 목이 멘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들이 원래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돼 가슴이 아린다.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아들을 만나서 아빠랑 내려올 텐데"라며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사고 이후)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라며 "책임자를 밝혀달라 엄마가 냈던 이의 신청도 감감무소식이라 답답하기만 하다"라고 적었다.

그는 또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안전장비가 준비 안 돼 있으면 투입지시를 하지 말았어야지"라며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를 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을 해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됐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라고 했다.

A 씨는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을 도저히 용서를 할 수도 없고, 용서가 안 된다"라며 "힘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엄마가 살아갈 수 있고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라며 편지를 마쳤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 1292기의 전역일인 26일 경북 포항과 국립대전현충원 등에서 순직 해병대원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26일 오전 9시 포항시외버스터미널과 포항역에서 '동기에게 쓰는 편지' 행사를 연 뒤, 고인이 잠든 대전현충원 묘역을 단체로 참배한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