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의 날' 주장…'일본판 트럼프' 다카이치 총재 되면 한일관계 악재

'아베 후계자', 지지율 상승세…3파전 치열, 당선 가능성 배제 못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 안보 담당상이 9일 (현지시간) 도쿄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2024.09.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의 후계자'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의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현재 3파전 양상인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후보가 당선이 될 경우 한일관계에 균열이 생길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자민당 내 일부 세력들은 다카이치가 '정책 팸플릿'을 전국 당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것이 선거 규칙 위반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지난 10일 선관위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지만,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맞이한 시점에서 다카이치를 견제하는 세력으로부터 사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다카이치 측은 '정책 팸플릿'을 돌린 시기가 자신이 출마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았던 지난 7월 말경 이뤄진 것이며, 총재 선거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다카이치는 최근 정책 토론회 등을 계기로 보수층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으며 지지율이 급부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가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기존 자민당의 보수적 색채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족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다카이치는 여타 후보들보다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기할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남편이나 아내의 성을 따르도록 한 '부부동성'(同姓) 제도와 반대되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대해서는 '강경 반대' 입장으로 보수층의 표심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다카이치를 비롯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경쟁하는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여론·동향 조사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는 만큼 다카이치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판세다.

다카이치의 역사관도 수정주의적 관점으로, 총재 입후보 9명 가운데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2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늘 아침 NHK뉴스에서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이라고 소개됐지만 오늘은 '다케시마의 날'이며, 영토와 주권을 생각하는 소중한 날이다"이라고 적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인식을 보였다.

다카이치가 당선이 되도 당장은 집권당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정책 연속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러한 그의 인식으로 개선 모멘텀이 지속 중인 한일관계가 또다시 위기에 놓일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카이치가 '정책 팸플랫' 문제로 낙마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가 당선될 경우 역사 인식 등 기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펼쳤던 것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한일이 부딪힐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