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처우개선' 김용현 공약 이뤄질까…예산 확보·입법 추진에 속도

취임 첫날 "초급간부 봉급 인상률, 공무원 2배 추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6일 취임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전군 주요직위자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4.9.6/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장병 복무여건과 처우 개선을 자신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국방부는 각종 수당과 지원금의 구체적인 인상안을 마련했으나, 정부 예산상의 문제로 조기 실현은 쉽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장병 복무여건과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라고 말했고, 취임 직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50만 장병들의 열악한 주거 및 급여·수당 등 복무여건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군 간부들의 임금 인상부터 추진하고 있다. 소위·중위와 하사·중사는 6%, 대위와 상사는 5%를 올리겠다는 게 국방부의 계획이다. 이는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 3%의 2배 수준이다.

김 장관은 당직근무 수당의 현실화도 약속했다. 현재 군 간부의 당직근무 수당은 평일 2만 원, 휴일 4만 원으로, 경찰 등 유사 직종의 5만 원, 10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김 장관은 "당직 근무자는 그냥 앉아서 대기하는 게 아니라 모든 관리책임을 지는데 과연 그 책임에 맞는 보상이 주어지느냐.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이 군 생활 중 30번 가까이 이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이사를 하면 필요한 만큼 실비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맞고, 이런 처우 개선을 시급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사·주거 관련 지원금에 사다리차, 에어컨 설치비, 도배·장판 등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국방부는 △초과근무수당 상한 확대 △단기복무장려금 인상 △초급간부 자산형성 프로그램 지원 △장기복무 선발률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계획은 모두 기존에 있던 것들이지만 김 장관의 취임 이후 더욱 추진력을 얻는 상황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9일 해병대 제2사단 간부숙소를 방문해 초급간부와 환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4.9.9/뉴스1

하지만 당장 가시적인 군인 처우 개선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예산 가운데 초급간부 당직근무비와 이사화물비, 단기복무장려금, 학군단 생활지원금은 올해와 동일하게 편성됐다.

군 관계자는 "아직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진 않았기 때문에 수당, 지원금 등의 인상 여지는 남아 있다"라며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및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법 제·개정을 통한 간부 처우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군인보수법 시행령'을 만들어 다른 공무원과 차별화된 독자적 보수체계를 정립하려는 것이다.

군인 급여는 과거 공무원 보수규정에 준용해 지급하다 1963년 군인보수법 및 시행령 등이 제정됐다. 특히 시행령에는 군인의 기본급여와 특수근무수당·상여금 등 특별급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2년 정부의 공무원 보수제도 통합 운영 방침에 따라 시행령 전문이 폐지됐다.

이후 군인 급여는 타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독자적 개선이 제한됐고, 군 장병 급여체계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병 봉급 인상에 따라 간부 처우 개선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시행령 제정 요구가 커졌다.

군 소식통은 "타 공무원 직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봉급과 수당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보수체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다만 군인 처우 개선 시도가 다른 공무원들의 연쇄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누구나 납득할 만한 수준의 개선부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