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원심분리기 제작 기술 확보한 듯…농축시설 늘린다(종합)

2m 파키스탄 모델보다 높이 낮아져…자체적으로 개량한 듯
김정은 "완성 단계 새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 계획대로" 지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며 핵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핵폭탄의 재료인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한 원심분리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장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찾아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들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현지에서 우라늄농축기지 조종실을 돌아보고 생산공정의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그는 원심분리기들과 각종 수감 및 조종장치 등 모든 계통 요소를 자체의 힘과 기술로 연구개발 도입해 "핵물질 현행 생산을 줄기차게 벌여나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총비서가 원심분리기가 수백 개 이어 붙어있는 캐스케이드를 둘러보는 모습이 담겼다. 원심분리기는 고속 회전에 따른 원심력을 이용해 핵폭탄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장치이고, 캐스케이드는 원심분리기를 수백~수천 개 이어 붙인 것이다. 캐스케이드 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고농축 우라늄(HEU)이 된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우라늄 농축을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해 1983년 원심분리기 원료인 육불화우라늄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 1990년대 이후 파키스탄과의 핵 협력인 '칸 네트워크'를 통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 네트워크는 파키스탄 핵 개발을 주도한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이란·북한 등에 전달한 게 밝혀지면서 붙은 이름이다.

이때만 해도 북한은 파키스탄 원심분리기 모델로서 높이가 2m가량인 'P1', 'P2'(P1의 개량형)를 활용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원심분리기는 키가 170㎝로 알려진 김 총비서와 비슷한 높이의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며 핵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와 관련 김 총비서 또한 생산현장을 돌아보며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라면서 "원심분리기의 개별 분리능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핵공학 박사)은 "파키스탄 원심분리기 모델보다 좀 작은 걸로 봐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량형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라며 "독자적인 원심분리기 기술을 구축, 앞으로 자체적으로 원심분리기를 만들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란 등 다른 나라에서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는 원심분리기의 크기가 작아지면 그만큼 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김 총비서가 "당의 핵무력건설 노선을 받들어 자위의 핵병기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이자면 우리는 지금 이룩한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이는 것"을 지시한 것은 우라늄 농축시설의 확장을 시사한다.

이 위원은 "김정은의 지시가 있으면 영변, 강선 외 우라늄 농축시설을 추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건 11월 미국 대선을 고려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 대선 전후로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시설의 바닥 등 상태를 봤을 때 김 총비서가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이 아니라 영변, 강선 또는 제3의 장소 등 기존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보인다고 이 위원은 덧붙였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영변 또는 강선에 위치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북한이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개발했는지 등 기술적 수준을 분석하고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