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았는데…경주 APEC 계기 시진핑 방한 띄우는 정부 속내는?

한중관계 속도에 동력 더하기…올해 APEC서 양자회담도 기대
일각선 "패 보이면 대중 외교공간 좁아진다" 우려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발빠르게 띄우고 있다. 한중관계 개선 흐름에 동력을 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강화'라는 목표에 우선적으로 외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러한 목표에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엔 '한중관계 복원'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실제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각급의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차관급으로 격상한 한중 외교·국방부가 참석하는 '2+2' 형식의 외교안보대화가 열렸고 7월엔 제10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개최됐다. 같은 달 라오스에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랴오닝성 당서기와 장쑤성 당서기, 간쑤성 부서기 등 경제 협력을 위한 중국 지방정부 인사의 '릴레이' 방한도 이어졌다.

정부는 한중 간 '소통 동력'의 최종 방점을 내년 APEC 정상회의 무대를 계기로 한 시 주석 방한으로 찍겠다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건 지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대면이 유일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해 "내년도 APEC 정상회의가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같은 날 "중국도 예년과 달리 정상적 한중관계 복원에 관심이 있고 상호 교류를 회복하면 언젠가 시 주석이 방한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시 주석의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끝내 시 주석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측은 '여건이 조성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그사이 신종 코로나비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도 발생했다.

국내에선 중국이 '외교 상호주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과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 내에서도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에 한국을 찾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 안팎에선 경주 APEC 정상회의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희망하는 입장을 드러내는 건 전략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이를 카드로 삼아 공격적 외교를 전개한다면, 전략적으로 한국의 대중 외교공간이 좁아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자 서로에게 중요한 협력파트너"라면서도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선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오는 11월 미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는 등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중 양자 정상회담 이야기는 아직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