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미즈시마 대사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韓과 함께 검토"

"기시다 총리 방한, 정해진 건 없지만…셔틀외교 실천 중요"
"수교 60주년 '한일 국민 교류·상호 이해 증진' 사업 원해"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는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업그레이드하는 구상과 관련해 한국과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60주년을 맞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라며 "'2.0 선언', 새로운 선언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같이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발표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본 측이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의 내용이 담겼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 시대 실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외교안보 공약이기도 하다.

다음은 미즈시마 대사와 일문일답.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매달 300만 명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유럽의 '솅겐 조약'처럼 출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내년은 '일한 국교정상화' 60주년의 해이다. 60년 동안 양국 국민, 문화적 교류·협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60년 전에 일한 교류 인원은 연간 1만 명이었지만 올해는 아마도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교류뿐만 아니라 일한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때로는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함께 협력해서 현 상황에 이른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 60주년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준비를 잘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현재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에 관련 사무국이 설치됐다. 앞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다만 구체 내용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지금까지 모은 의견을 바탕으로 일한이 각각 개별적으로, 또 일한 사이에서도 논의를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일한 양국 국민의 교류와 상호 이해 증진으로 이어지는 사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통령실은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재확인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그릴 '2.0 선언'의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일한관계는 특히 작년 이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교안보 뿐만 아니라 문화·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금 어려운 전략 환경 아래에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등 일·한·미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은 일한 모두에게 대단히 뜻깊은 일이다. 일한, 일·한·미의 협력 강화는 서로에게 이익이다. 이런 가운데 60주년을 맞이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고, '2.0 선언', 새로운 선언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같이 검토하겠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 국내 여론의 악화에도 불구, '제3자 변제안'이라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재원 마련 참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엔 재단이 재원 부족을 겪고 있고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배상금·지연이자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 정부로선 작년 3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일한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 정부의 조치 하나하나에 대해선 코멘트하는 것을 삼가겠다. 다만 일본은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한국 내에선 정부의 이른바 '저자세 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아이카와 박물관 시설 내 전시물에 '조선인 가혹한 노동'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강제'라는 표현은 없다. 향후 '강제동원 내용 명백한 표기'를 비롯해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명부 공개' 등 일본 측의 개선 의지 및 계획이 있는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실현에 대해선 한국과 성실하게 논의를 해왔다. 이러한 결과로써 한국을 포함한 모든 위원국의 컨센서스(전원동의)로 등재가 결정됐다. 한국과 어떤 내용을 협의를 했는지에 대해선 외교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코멘트를 삼가겠다. 다만 일본 정부로서는 이러한 결의를 고려해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어떻게 소개하는지에 대해서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고 설명·전시 전략 강화에 노력하겠다.

중요한 것은 일한 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동반자이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이다. 유네스코에서도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 싶다. 지금 일한 양국관계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대결이 아닌 협력의 자세로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자세다. 이것은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일본의 식민지배 등 과거사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지난 8월 15일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연설한 것을 알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있어서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작년 8월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일·한·미 정상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된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연설도 이러한 목표를 향한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로 이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일 정부 간 공식 발표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초 방한할 가능성이 크다. 퇴진을 앞둔 정상의 방한은 이례적이다. 외교가에선 '물컵의 절반'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의 호응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일한 간에는 작년에 재개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빈번하게 방문하는 정상 간 '셔틀외교'가 있다. 이 일환으로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시점에선 정해진 바는 없다. 다만 일한 양국 간에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일한은 정상의 리더십 아래에서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미래지향적으로 됐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관계를 이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일한관계는 업다운이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함께 노력해 왔다. 이러한 일관된 입장은 변함이 없다. 셔틀외교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이 이번에 성사되면 12번째다. 정상회담 결과물엔 대부분 '성과'가 담긴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긴 어렵겠지만 한미일 협력 등 안보 외에 주목할 만한 다른 분야가 있나.

▶기시다 총리 방한은 현시점에서 정해진 바 없다. 다만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동반자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일한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건 환영할 일이다. 안보 분야가 자주 주목받지만, 그 외에도 일한관계는 경제·문화·인적교류 분야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되돌릴 수 없도록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캠프 데이비드 이후 일·한·미 3국은 안보는 물론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일본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일·미·한 3국이 의사소통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3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특히 글로벌 과제를 협력하면서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북한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북일 몽골 접촉설'도 일본 매체를 통해 계속 보도돼 왔다. 일본은 북일 접촉 전후 과정에 한국 측과 소통해 왔나.

▶북한과의 관계는 2002년 일·북 평양선언의 '납치, 핵·미사일 등의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방침에 기초해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력해 왔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앞으로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코멘트는 삼가겠다. 다만 북한 대응에 있어선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국, 미국과 같은 관계국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3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부재를 매울 새 메커니즘의 설립 및 연내 발족을 위해 사실상 최종 검토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일부 국가의 소극적인 자세로 북한의 도발 행위,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3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대한 결의안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일본뿐만 아니라 관련 지역,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올해 일한 양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다. 일본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겠다. 그리고 북한 문제에 대해 안보리가 제대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한국, 미국 등 다른 유사 입장국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다시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는데, 대사 부임 후 최우선적인 목표는.

▶한국에 다시 와서 일한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는 양국 정상의 리더십과 국민들 간 교류·이해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일한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후퇴시키지 않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서로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대결이 아닌 협력으로 해법을 찾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서로 국민에게 거둔 성과를 확실히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부터 한국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겠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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