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경 '도보 귀순' 잦아졌다…대북 확성기 영향 입증됐나
북한군 1명, 새벽 동부전선 넘어와…확성기 시행 이후 2번째
北, 접경지 '단절' 조치에도 오히려 탈북 늘어나는 모양새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북 확성기가 전면 시행된 지 한 달이 경과한 가운데 남북 접경을 통한 북한 주민 및 군인의 귀순이 이번 달에만 2차례나 이뤄졌다. 대북 확성기의 '효과'가 입증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20일 제기된다.
강화된 북한 내부의 통제 및 단속에, 최근 수해 등으로 민심이 불안정해지면서 접경지를 통한 직접 귀순 사례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 1명이 새벽 강원도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구역을 통해 도보로 귀순했다고 확인했다.
지난 8일 새벽에는 북한 주민 1명이 한강하구 남쪽 중립수역을 넘어 귀순한 바 있다. 이 주민 역시 이동 수단 없이 도보와 수영으로 남측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봉쇄로 급속하게 줄어들었던 탈북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 체류하던 북한 무역일꾼이나 외교관 등 엘리트의 귀순이나, 북중 접경지를 통해 중국 등 제3국으로 이동한 뒤 우리 측에 입국하는 방식의 탈북은 북한이 코로나19 봉쇄를 푼 뒤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도 주쿠바 북한대사관의 리일규 참사의 귀순이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남북 접경에 장벽을 세우고 지뢰를 설치하는 등 '남북 단절'을 위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탈북'이 늘어나는 듯하다.
공교롭게도 군이 북한의 쓰레기 풍선(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를 가동한 뒤 이같은 탈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한 정권의 실상을 소개하는 등 방송을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게 하는 내용이 전파된 것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북 확성기 시행이 귀순에 영향을 미쳤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잇따르는 귀순은 북한 체제가 분명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발생한 홍수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대응을 해야 되는 수준까지 갔다는 것은 북한 내부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코로나19 때부터 지속됐던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 지속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고, 김 총비서가 계속 사회주의 기강을 잡겠다고 나서면서 사회 통제가 크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군인들의 인구사회학적 변화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의 군 장병들이 상당 부분 군 질서에 적응 못 하는 부분도 (귀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실장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작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면서 "대북 확성기 작전은 단순히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일회성 작전이 아닌 통일 독트린과 연계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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