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과도한 대민지원 동원 막는다…'재난유형별 지원기준' 신설

'국방 재난관리 훈령' 개정…"재난 대응·복구 위주로 장병 동원"

경북 포항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 캠프무적 장병들이 해병대 1사단 장병들과 함께 20일 오전 남구 장기면에서 모내기에 사용할 모판을 옮기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국방부가 긴급한 재난상황이 아닐 경우 장병들이 대민지원에 과도하게 동원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14일 '국방 재난관리 훈령' 개정안을 발령했다.

국방부는 "일반 대민지원과 재난 분야 대민지원을 구분하고, 재난 대응 및 복구를 위한 재난 분야 대민지원 관련 내용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조항을 정비했다"라고 훈령 개정 내용을 설명했다.

개정 훈령에서는 '대민지원사업 선정기준'이 통째로 삭제됐다. 기존 훈령에는 군이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뿐만 아니라 △국가시책사업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사업 △사회단체가 추진하는 사업 중 공공복리를 위한 사업 등에도 대민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개정 훈령에는 '재난 유형별 군 대민지원 범위'가 △공통 △풍수해(태풍, 호우) △풍수해(대설) △산불 △감염병 재난, 가축질병 △육상 화물운송 사고 △보건의료 사고 △대규모 수질오염 등으로 분류됐다.

특히 풍수해(태풍, 호우)의 경우 피해물자 수거지원, 재난현장 사상자 중증도 분류 및 응급초치 지원 등 진료지원, 군의 가용 인력·장비 기술로 복구 가능한 분야 지원 등이 명시됐다. 실종사 수색 및 인명 구조 등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안전매뉴얼에 의한 철저한 사전준비 후 시행토록 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해병대 1사단 예하 포병대대 소속이던 한 해병대원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고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일반적인 대민지원까지 지시하거나 훈령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외의 대민지원은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각 군 및 부대 지휘관이 규정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군 병력이 자연재해는 물론 구제역과 조류독감,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 수습과 각종 지자체 행사에까지 동원됐다"라며 "대민지원에 동원되는 군인에 대한 안전관리체계 매뉴얼을 만들고 과도하게 동원되지 않도록 규정을 개선하라"라고 권고했다.

이후 국방부는 재난 유형별 위험요인을 각각 식별해 행동요령을 구체화하는 '국방 재난분야 대민지원 안전매뉴얼'을 마련했고, 군이 대민지원에 나설 때는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군은 풍수해나 지진 등 자연재난 또는 산불, 화학·물질 누출, 수질환경 오염 등 재난 유형을 33개로 분류해 추락·낙상, 수상조난, 지상조난, 화상 등 16가지 위험요인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행동요령을 명시했다.

아울러 상시 재난대비태세 확립을 위해 탐색구조부대와 재난신속대응부대에 대한 '긴급구조지원 능력평가'를 현행 연 1차례에서 2차례로 늘리는 한편, 합동참모본부의 검증 과정을 추가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