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서 입증…폴란드 자폭 드론 '워메이트' 도입하나[박응진의 군필]

현지 운용 부대·제작사 방문해 우리 군 활용성·획득 방안 검토
유사시 대북 타격 능력 확보 위해 폴란드산 드론 들여올 가능성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군이 최근 폴란드 현지에서 정찰·자폭 드론(무인기) 운용 현장을 둘러봤다. 이는 'K-방산 큰손'으로 떠오른 폴란드 측이 자국산 드론의 구매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마침 지난해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한 우리 군이 유사시 대북 타격 능력 확보를 위해 폴란드산 드론을 들여올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10일 군에 따르면 국방부, 육군, 해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9개 기관 14명으로 구성된 출장단은 지난달 14일부터 19일까지 4박 6일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등지에서 폴란드산 드론의 우리 군 활용성과 획득 방안 검토를 위한 시연 참관 및 운용 부대·제작사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폴란드는 저가·저사양의 군용 드론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내구성보단 소모성 개념을 적용해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자국군에서 사용한 후 피드백을 통해 단기간 내 성능 개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찰용 드론인 '플라이아이'(Flyeye)의 경우 2017년에 1.0 버전이, 2021년과 올해 각각 2.0, 3.6 버전이 개발됐다.

폴란드의 군용 드론은 바르샤바에 위치한 WB Electronics가 만들고 있다. 1997년 무전기 등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WB Electronics은 현재 폴란드 내 군용 드론 생산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WB Electronics의 주요 드론으론 정찰용인 플라이아이(소형), FT-5(중형)를 비롯해 자폭형인 '워메이트'(Warmate)-1(소형)·5(중형), BSP-U(중형) 등 모두 5종이 있다.

플라이아이.(WB Electronics 홈페이지)

플라이아이는 폴란드의 특수전부대와 포병부대, 국경수비대가 운용하고 있다. 별다른 도구 없이도 옮길 수 있으며, 2명이 1개 조를 이뤄 운용할 수 있다. 기체의 날개와 임무장비, 배터리 등을 공구 없이 혼자 조립할 수 있으며, 투척하는 방식으로 이륙시킬 수 있어 신속히 작전을 수행할 때 용이하단 장점이 있다. 플라이아이는 올해 20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플라이아이는 기체 회수를 위해 착륙 직전에 고가의 임무장비 조립체는 사출 후 낙하산을 이용해 확보하고 기체는 글라이딩 방식으로 착륙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폴란드에선 수풀이 우거진 평지 위주의 지형 특성상, 이 같은은 방식의 안전한 회수가 가능하지만, 산악 지대가 많은 국내에 도입될 경우 별도의 운용개념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찰용 중형 드론인 FT-5는 전폭 6.4m, 전장 3.1m이다. 이륙 준비는 30분 안에 가능하며, 최대 이륙중량 85㎏이다. 최고고도 5000m, 체공시간 10시간, 최고 속도는 시속 180㎞다.

지금까지 WB Electronics의 드론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됐다. 자폭형 워메이트의 경우 90~95%가 우크라이나에 팔렸다. 워메이트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표적 정밀타격 등 실전 능력과 신뢰성이 입증된 만큼, 향후 폴란드 방산 수출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도 워메이트 탄두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폴란드 방문 기간 중 바르샤바의 한 포병사격장에서 이를 운용 중인 부대의 자폭 시연을 참관했다.

워메이트.(WB Electronics 홈페이지)

워메이트는 WB Electronics가 엔진 설계부터 생산공정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등 폴란드 자체 기술로 제작된 기종이다. 폴란드군에선 워메이트를 주로 보병 및 포병 부대가 운용하고 있다. 워메이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재고번호(NATO Stock Number)를 획득한 인증제품으로 나토군에 납품이 가능하기도 하다.

워메이트-1 또한 도수운반형 조립식 기체로 2인 1개 조가 운용한다. 별도 공구 필요 없이 1인 조립이 가능하며, 압축공기를 이용해 발사된다. 워메이트-1의 전폭과 전장은 각각 1.6m, 1.1m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150㎞다. 최대 이륙 중량은 5.7㎏으로, 고폭탄·대전차고폭탄·열압력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탄두 위력시험 결과, 대전차고폭탄은 십 수㎝의 강판도 관통했다고 한다. 작전 반경이 30㎞에 이르는 워메이트-1은 영상 기반 종말유도를 통해 목표물을 타격하게 된다.

워메이트-5는 BSP-U와 같이 실시간 임무통제가 가능한 중형 자폭 드론으로, 폴란드 내수용은 BSP-U를, 수출용은 워메이트-5를 명칭으로 사용한다. BSP-U는 워메이트-5의 기능에 무인기간 통신 기능 등이 추가된 버전이다. 이들 기종의 제원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데, 유사 기종인 워메이트-2에 비춰 전폭과 전장은 각각 2.5m, 최고 시속은 200㎞이며, 최대 10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을 걸로 추정된다.

우리 군이 드론 전력 강화를 위해 해외 구매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폴란드산 드론이 한반도 전장에 적합하고 생산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다만 폴란드가 최근 2년간 K-9 자주포, K-2 전차 등 약 28조 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체계 구매 계약을 체결한 만큼, 그 반대급부로 폴란드산 드론을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다른 나라 무기체계와의 비교는 물론이고, 폴란드산 드론에 대한 소요가 결정된다면 소요 검증, 사업 타당성 조사, 시험평가 등 절차를 밟아나감에 있어 그 능력 검증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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