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품' 갤럭시 北 올림픽 선수단에 지급…제재 위반일까 아닐까
'HS코드 85 전기장비 직·간접적 공급·이전 금지' 위반
"수령해도 실사용 어려울 것"…IOC의 입장 주목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제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특별제작한 '갤럭시 Z 플립6'와 케이스를 1만 7000여 명의 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제공했다.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IOC는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자국 선수단을 위해 (삼성) 스마트폰을 수령해 갔다"라고 밝혔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선수촌 내에 '삼성 올림픽 체험관'을 방문해 스마트폰을 수령할 수 있는데, 북한 대표팀 관계자가 선수들에 지급될 스마트폰을 모두 가져갔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 측 관계자가 가져간 갤럭시 폰이 실제 북한 선수들에게 지급됐는지는 미지수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은 지원인력을 제외하고 16명으로 파악되는데, 북한 선수들이 갤럭시 Z 플립6를 휴대한 모습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스마트폰 지급은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지만, 북한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를 채택했다.
결의에는 처음으로 북한과의 거래가 금지되는 품목에 적용되는 'HS 코드'(국제 통일 상품 분류 체계)를 명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HS코드 85에 해당하는 전기장비를 북한으로 직·간접적인 공급·판매·이전하는 것은 금지되며 스마트폰도 이 결의안의 적용을 받는 금수품이다.
특히 안보리는 당초 민간용으로 개발됐으나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품목, 즉 '이중 용도' 성격의 제품에 대해선 유엔 회원국들에 각별한 유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스마트폰이 HS코드 85에 해당하는 금수품인 것은 사실"이라며 "안보리가 문제를 삼고자 한다면 제재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안보리 2397호 내용을 언급하며 "스마트폰은 이에 해당하는 결의상 금수품"이라며 "정부는 안보리 결의가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 아래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 기울여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참가하는 평화적인 올림픽에서 제공되는 물품까지 제재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논란의 종결을 위해서는 결국 올림픽 개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추가적인 입장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종적으로는 올림픽을 담당하는 IOC에서 답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우,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해 북한 선수들에게 '귀국 전 반납'을 조건으로 삼성 스마트폰을 제공하겠다고 하자, 북한이 수령 자체를 거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령한 갤럭시 폰을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하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휴대폰의 자체 개발을 위한 '샘플'로 삼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에 도착하는 순간 당국이 스마트폰을 모두 수거해 갈 것"이라며 "삼성 마크가 있는 스마트폰이 북한 사회에서, 또 북한 선수들이 가지고 다닌다는 건 북한 체제에서 그들이 말하는 사상 이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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