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학도의용군 출신 '빨간마후라' 박두원 대위…8월의 6·25전쟁영웅

F-51D 전투기 조종사로 89회 출격

8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된 박두원 공군 대위.(국가보훈부 제공)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재일학도의용군 출신으로 자원입대해 총 89회에 달하는 전투 출격으로 수많은 전공을 세운 박두원 공군 대위(당시 중위)를 '2024년 8월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보훈부에 따르면 1926년 7월 5일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박 대위는 1934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해방 조국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자원입대했고, 재일학도의용군 제5진의 일원으로 1950년 10월 18일 부산에 도착했다. 이후 국군 제2훈련소에서 기초 훈련을 받고 헌병대에 배속됐다.

박 대위는 공군 조종사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자 대구의 공군본부를 직접 찾아가 입대를 청원했다. 이후 1951년 4월 1일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해 조종하사관(일등중사) 신분으로 기초 조종 교육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F-51D 전투기로의 기종 전환 교육을 받았다.

박 대위는 1952년 2월 1일 준위로 임관함과 동시에 제1전투비행단 제10전투비행전대 강릉전진부대에 배속돼 2월 3일 첫 전투 출격에 나섰고, 3월엔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당시 공군 강릉전진부대는 전선의 소강상태를 이용해 전력을 비축하려는 공산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박 대위는 F-51D 전투기로 출격해 적 후방 폭격 임무를 맡았다.

특히 1952년 3~4월 진행된 송림제철소 폭격작전은 우리 공군이 처음으로 수행한 적 산업시설에 대한 전략 폭격이었다. 박 대위는 80회 넘게 출격하면서 강릉전진부대의 가장 왕성한 전투기 조종사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1952년 8월 2일, 89회째 출격한 박 대위는 강원도 간성 일대의 보급품 직접소를 목표로 작전에 돌입했다. 당시 편대는 전봉희 소령을 편대장으로 한 F-51D 전투기 4대로 편성됐다.

강릉전진기지에서 이륙한 박 대위는 강원도 경포대, 주문진을 지나 속초 상공을 지나던 중 갑자기 기체가 폭발해 낙하산 탈출 후 동해 바다에 내렸고, 주변의 민간 어선에 의해 구조됐으나 이미 전사한 상태였다.

보훈부는 "6·25전쟁에 자원한 재일학도의용군 중 유일한 공군 조종사였던 박 대위는 F-51D 조종사로서 전사한 17명 가운데 가장 많은 전투 출격 기록을 보유한 대한민국 창공의 영웅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1952년 그에게 대위로의 1계급 특진과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박 대위의 유해는 1958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2014년에는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본부에 '재일학도의용군 위령충혼비'가 건립돼 박 대위를 포함한 135명의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