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작정하고 입 꾹 닫은 北 리영철…"별도 지시 받은 듯"

韓 장관 인사에 뒷짐지고 무대응…中 왕이와는 대화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가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로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등장해 북러 밀착 외교를 대외에 과시할 것으로 보였으나, 최 대사가 불참한 가운데 리 대사가 대리 참석했다. 2024.7.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비엔티안=뉴스1) 노민호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상 대신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대사가 작정하고 한국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리 대사는 27일 비엔티안의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NCC로 들어서며, 미리 기다리고 있던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리 대사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악수를 왜 거부했는지'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리일규 참사의 한국 망명' '오물풍선 대남살포' 등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리 대사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갈라만찬장에 들어서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았다.

특히 리 대사는 같은 장소에 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직접 찾아가 리 대사의 팔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거는 등 두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뒷짐을 지고 정면만을 응시하기도 했다.

리 대사는 이후 본인에게 배정된 만찬장 좌석에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게 우리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굳이 만찬장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건 자주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가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갈라 만찬에서 조태열 외교장관의 인사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후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외교 소식통은 "(북한) 윗선의 별도 지시를 받은 게 분명하다"라며 "우리는 그간 여러 차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을 피력지만, 북한은 리 대사의 행동처럼 지금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22년 캄보디아에서 열린 ARF 회의 때는 한국과 짧게 인사 정도는 나눴다.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에게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전했고, 안 대사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안 대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회의 때도 박 장관과 조우했고 당시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을 듣기는 했다.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제57차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 갈라 만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리 대사가 고개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아울러 리 대사는 이번에 다른 국가 인사와는 소통했다. 그는 이날 ARF 회의장에서 옆자리에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2~3분간 대화를 나눴다.

리 대사가 취재진이 회담장에 몰려 있다는 걸 인지한 상황에서 '북중 소통을 의식한 연출'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리 대사는 이번 ARF에 최 외무상 대신 참석했기 때문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지, 평소에 관심의 대상이 됐던 인물은 아니다.

리 대사는 2018년부터 라오스에 주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사실상 알려진 정보도 전무하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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