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결국 ARF '불참'…뜨뜻미지근한 中 때문?
北, '우방국' 라오스 주최 ARF에도…외무상 대신 대사 보대
- 노민호 기자
(비엔티안=뉴스1) 노민호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결국 불참했다. 최근 뜨뜻미지근한 북중관계의 영향이 아니냐는 일부 관측이 제기된다.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대사는 26일(현지시간) 오후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했다. 27일 열리는 ARF에 북한 수석대표로 리 대사가 최 외무상 대신 참석한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최근까지 북한은 이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 주최국 라오스에 최종 참석 명단을 통보하지 않아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 안보 협의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미일 3국, 중국, 러시아 등 총 27개국이 함께하고 있다.
북한은 ARF에 지난 2000년 ARF에 가입한 뒤, 통상 외무상을 참석시켜 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부터 외무상 대신 주재국 대사나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냈다.
최 외무상의 ARF 불참은, 북한이 '반(反)서방·친(親)러시아' 행보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최 외무상은 23~26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벨라루스의 막심 리젠코프 외교장관을 만나 양자 회담 등의 일정을 가졌다.
당초 최 외무상이 ARF 참석에 뜻이 있었다면, 리젠코프 장관을 환송하고 곧장 라오스로 향했다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최 외무상 대신 '국장급'으로 알려진 리 대사가 이번에 ARF에 참석하며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북중 양국 간 양자회담도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도 가졌다.
최 외무상의 이번 불참 배경엔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조차 북러 간 밀착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중관계는 군사·경제 분야 협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러와 달리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당국이 자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전원을 귀국시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해외 파견 노동자는 김정은 정권의 '핵심 외화벌이 사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롄시 '시진핑-김정은 발자국 동판' 제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종료에도 북중 국경 완전 개방 미실시 △중국의 자연재해 피해 발생에도 김정은 위로전 미발송 등 북중 사이 미묘한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북한으로선 이번 ARF 무대가 매력적이지 않으며 우방국 라오스를 고려해 '관리 차원'에서 리 대사를 보낸 주요 이유가 됐다는 지적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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