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트럼프 2기'…정부 '탐색전'에서 적극 대응으로
트럼프 측에 외교 '무게' 실어야 한다는 주장도…"공화당 1:1 관리 필요"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고령 리스크'가 끝내 발목을 잡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났다. 미 대선에 대비하는 정부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州) 사저에서 머물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남은 기간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겠다"라며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 선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첫 여성 흑인 부통령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그간 외교부와 국방부 등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는 '민주당 팀'과 '공화당 팀'으로 나눠 11월 미 대선을 준비해 왔다. '물밑 외교'를 통해 양측을 관리하며서도 활동 내용과 방식이 노출되지 않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나 미 대선을 107일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 시도'에서 살아나면서 미 대선의 향방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그가 물러난다고 해서 떨어진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반등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집을 통한 '극적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무게추가 기운 상황이라는 분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해리스 부통령 외에 차기 민주당의 후보군으로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지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미셸 오바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미셸 오바마를 제외하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로 크게 부각되는 후보는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외교가 일각에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트럼프 쪽에 좀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조심스럽지만, 트럼프가 유리한 국면"이라며 "트럼프에 대한 나름의 우리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다만 박 교수는 최근 활동폭을 넓히는 '트럼프 측근' 인사들보다 공화당을 직접 상대로 하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트럼프 측근'이라고 거론되는 인물들은 지금 한미동맹 사안 등과 관련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거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라며 "결국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입법 권한이 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접촉면을 넓히는 걸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다시 상원의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1:1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따로 정리하진 않는다는 기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타국의 국내 정치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라며 "정부로서는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한미동맹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미국 측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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