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산 트럼프, 재선 가도는 '청신호'…韓은 '트럼프 리스크' 직면

트럼프 재선 확률 70%까지 '급증'…시장 "트럼프 승리 굳혔다"
전문가들 "트럼프 재선땐 동맹 결속력 약화" 우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유세 현장에서 총격에 맞은 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는 사이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07.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 시도에서 극적으로 살아나면서 재선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총에 맞고도 강인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 이미지를 적극 활용, 여론을 결집해 백악관 복귀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한반도 안보 문제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했던 인물인 만큼, 정부 역시 빠르게 현실화하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만반의 대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지만 총알이 오른쪽 귀 부근을 스쳐 지나가면서 경상에 그쳤다. 트럼프는 피격 직후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피신하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고 "싸우자"(fight)라고 외치며 결집을 유도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 한 장면으로 미 대선 지형이 급격하게 트럼프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미리 예단하는 분위기다.

과거 빌 클린턴 선거 캠프 고문을 지낸 딕 모리스는 "트럼프가 거의 확실하게 승리를 굳혔다"라고 평가했고, 밴티지포인트 자산관리의 닉 페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그에 대한 지지가 급증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압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했다.

암살 미수 사건 직후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70%까지 치솟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집권 때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문제,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으로 우리에게 큰 과제를 던졌던 바 있다. 트럼프 2기에서도 이 문제는 반복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집권 2기 땐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싱크탱크 루거센터의 폴 공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장갑을 벗고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을 것(gloves off)'"이라며 "트럼프는 국내외 정책에 있어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반복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어젠다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가 암살 미수 사건에서 보여준 정치적 퍼포먼스는 마치 기울어져 가는 '팍스 아메리카나'(미 패권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 듯하다"라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 동맹국 방위비분담금 증가 → 동맹 결속력 약화 → 개별국가의 대비태세 약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이 우려만큼 한미관계가 흔들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방한한 '트럼프 최측근'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트럼프 리스크'로 꼽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재협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한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방한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대화에서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뤄낼 것"이라며 "미국이 일부 동맹과 가졌던 긴장 요인은 한국과의 관계에선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나토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그동안 미국의 정권 교체가 수없이 있었지만,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게 발전해 왔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핵 위협,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 역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정책이 180도 뒤집힐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