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갔다 올게" 6·25참전 호국영웅, 넋으로 70년 만에 가족 품에

스무 살에 전사…평생 오빠 기다리던 여동생은 지난해 세상 떠나

고(故) 황정갑 일등중사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다 스무 살에 전사한 호국영웅이 28일 70여 년 만에 넋으로나마 가족의 품에 돌아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 2008년 강원도 홍천군 삼마치 고개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6·25전쟁 홍천 부근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황정갑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로 확인했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34명으로 늘었다.

2008년 6월 고인의 여동생 황계숙(1933년생) 씨가 오빠의 유해라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고인의 유해는 같은 해 7월 국군 장병들이 강원도 홍천군 삼마치 고개 일대에서 발굴을 진행하던 중 수습됐다. 오른쪽 넙다리뼈가 처음 발굴됐고, 주변에서 위팔뼈와 정강이뼈 등이 발굴됐다. 이후 같은 달 최초 발굴지점 인근에서 왼쪽 종아리뼈, 발꿈치뼈 등이 발굴됐으나 당시엔 전사자의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유단은 유전자 분석이 이뤄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최신 기술로 재분석해 유해발굴 16년 만인 올해 6월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 사이 고인의 여동생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30년 4월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3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의 집안은 일찍이 만주와 신의주에서 건축일 등을 하며 유복한 살림 형편이었으나 해방 이후 공산 치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지인이 있는 충남 당진시 합덕읍에 정착했다.

이후 고인은 어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 가다 1949년 1월 18일 국군 제18연대에 자원입대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열 여덟 살이었다. 고인은 입대 후 6·25전쟁 발발 즈음 휴가를 받아 집에 왔었지만, 전쟁이 일어나자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며 "계숙아 잘 지내고 있어라. 오빠 갔다 올게"란 말을 남겼다고 한다.

고인은 △한강방어선 전투 △진천-청주 전투 △기계-안강 전투 △원산 진격전 △길주-청진 진격전 등에 참전했으며, 이후 홍천 부근 전투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1951년 1월 14일 스무 살의 나이로 전사했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인천 계양구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국유단은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외조카 김지태(59) 씨는 "어머니는 해방 이후 남한에 내려오셔서 의지할 형제가 없어 그렇게 외삼촌을 찾으려고 애쓰셨는데 이제 유해라도 찾았으니 국립묘지에 잘 모시고 싶다"라면서 국유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