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푸틴 방북 일정 알면서도 韓과 대화한 중국…의미 있다"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외교부는 19일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의 방북 일정을 알면서도 9년 만에 재개된 한중 외교안보대화 일정을 바꾸지 않고 참석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의 방북 등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개최된 이번 대화는 개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중은 지난 18일 서울에서 '2+2' 안보대화를 개최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북러 정상회담 개최 일자가 확정되고 나서도 한중 외교안보대화 날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참석한 점을 주목했다.

전날 한중 양국은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쑨웨이동 외교부 부부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이번에 차관급으로 격상된 '2+2' 형식의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만찬 협의 등 6시간이 넘게 '마라톤 협의'를 가졌다.

한중 양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으며, 고위급 교류·소통의 모멘텀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우리 측은 이번 계기에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의 이익에도 반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다.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대남 오물풍선 살포 등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중국 측은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에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북러 사안과 관련해 '양자 간의 문제'라며 말을 아끼던 중국 측이 한 발짝 더 나아간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가에선 무기 거래 확대 등 북러가 '위험한 거래'의 수위를 높이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한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정부도 최근 북중 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산책을 기념하기 위해 랴오닝성 다롄시에 만들었던 '발자국 동판'이 최근에 제거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북중 국경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고 있다는 것 △북한이 대만 총통 선거 관련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것 △김정은 총비서가 일본 지진엔 위로전을 보냈지만 중국의 자연재해 피해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 등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또 중국이 지난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 한중 외교안보대화,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 방한 등 한국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외교적으로 '전술적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 사실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아직 알리지 않았다. 이는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북한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다뤄진 것 자체에 크게 반발하는 등 우회적으로 중국에 불만을 표출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