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푸틴 방북, 한러관계 분기점…북러 밀착 수위 주목
對한국 유화제스처 보인 푸틴…북러 밀착 수위 조절할까
전문가 "북러협력 이미 최대치…한국 자극은 자제할 듯"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코 앞으로 다가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한러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8~19일 평양을 찾는다. 그의 방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지난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크렘린궁이나 북한 당국은 현재까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평양으로 출발하거나 도착하면 관련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의미를 부각하는 '상징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긴밀해진 북러 간 연대·협력의 정치적 의미를 더욱 강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은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갈증'을 해소해 줬다.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거나 정제유 공급 등을 통해 반대급부를 제공해 왔다.
양측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형식으로 양국 간 한층 업그레이드된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러는 지난 2000년 푸틴 대통령의 방북 당시에도 양국 간 협조의 내용을 담아 11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엔 '우주 개발 협력'과 같은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 등 서방 국가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부각되는 건 최대한 피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 같은 진단은 지난해 9월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이후 북러가 현재까지 보여준 협력 수준이 일종의 '최대치'이며, 이런 북러의 밀착은 전통적인 차원보단 서로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 한시적인 협력이란 분석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최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과의 관계 회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관계까진 닫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은 한국에 대단히 고맙다"라며 한러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대러 경제·금융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다만 이후에도 한러 간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은 이어 왔으며, 지난 2월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방한해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들을 두루 만나기도 했다.
우리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 북러 간 교류·협력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 중이다. 그러면서도 한러 간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필요한 소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변화할 북러 간 밀착 수위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푸틴의 방북에 대해 북한은 김정은의 외교적 승리, 정치적 업적 선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대대적인 환영식 등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푸틴 대통령이 한국전쟁(6·25전쟁) 발발일을 피했고 북한 단독이 아닌 베트남도 연이어 찾는다는 점에서 북러관계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라며 "북러 간의 협력 수준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한국과의 관계 형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한국을 자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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