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2년 연속 北인권 공식회의 개최…'의장국' 韓주도 최초 회의(종합)
중·러 절차투표 요청에도 15개 이사국 중 12개국 찬성으로 회의 개시
황준국 주유엔 대사 "北, 인권침해가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함께 멈출 것"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2일(현지시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공개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한미일 등 대다수 이사국은 북한의 인권 상황 악화를 강력 규탄했다.
안보리는 이날 오전 6월 의장국인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대사 주재로 북한인권 공식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 논의의 이정표를 마련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0주년에 개최되는 것으로, 지난해 8월 6년 만에 열린 회의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2년 연속 개최인 셈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주도해 개최하는 '최초 북한인권 공식회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당초 안보리는 지난 2014∼2017년 4년 연속 북한 인권 상황을 다루는 북한인권 공식회의를 개최한 바 있지만, 2017년 12월 회의 이후엔 개최되지 못했다. 지난 2018년부터 남북미간 대화모드가 조성된 게 영향을 미쳤다.
이날 회의는 북한 인권 문제의 안보리 의제화에 반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회의 개최가 "부당한 내정간섭"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절차투표를 요청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차석대사는 "안보리가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적절한 장소가 아니며, 안보리는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안보리의 북한 인권 문제에 개입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적대감을 강화하고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한미일 등 서방의 "유일한 목표는 한반도의 상황을 왜곡하고, 역내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안보 문제의 근본 원인에 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며 "이것(북한 인권 문제)은 안보리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문제다. 모든 이사국은 우리와 함께 이 문제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안보리의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이 회의 개최에 찬성표를 던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표를, 모잠비크가 기권표를 행사했다.
절차투표에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되지 않고,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으로 채택된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이날 절차투표 결과에 대해 "지난 2014~2017년 개최된 북한 인권 관련 공식회의 계기에 있었던 절차투표와 비교 시 가장 많은 찬성표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4~2017년에 개최된 북한인권 공식회의는 모두 절차투표가 진행됐지만, 지난해 8월 6년 만에 개최된 회의는 절차투표 없이 회의가 개시됐다.
지난해 회의 개최 당시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이미 9개국 이상의 찬성표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지자 중러가 절차투표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자로 나선 볼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회의에서 최근 북한에서 거주이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더욱 심화했고, 식량 부족으로 사회경제적인 생활 여건이 혹독해졌다고 보고했다.
투르크 대표는 "오랫동안 지속된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우선돼야 한다"면서 10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안보리에 촉구한 것을 상기시키며 사법적 책임을 묻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지속해서 우선순위를 두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높은 군사적 부담을 주고, 어린이와 여성 같은 취약 계층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몬 보고관은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 이후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며 "북한은 1990년대 말 대기근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국제사회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으로 국가보훈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금혁씨(32)는 회의에서 "독재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 달라"며 "우리는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핵무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상 그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미일 등 대다수 이사국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인권 상황 악화를 강력 규탄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평화와 안보를 수호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인권 공식회의를 정례화하는 노력을 환영한다"며 북한 인권 문제와 국제 평화 및 안보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오늘 이 회의를 막으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노력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며, 북한의 행동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국민의 복지보다 무기를 선택하는 정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인간으로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마자키 가즈유키 주유엔 일본대사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추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북한 주민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할 필수적인 자원이 핵·탄도미사일 추구를 위해 전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며,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하는 동시에 대화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진정으로 국제 평화와 안보 증진에 전념할 때까지 안보리는 북한 인권 의제 회의를 계속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국 대사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어둠에 가두고 잔혹한 통제와 핵무기로 외부세계의 빛을 없애려 노력하지만, 어둠은 빛을 파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선명하게 부각할 뿐"이라고 밝혔다.
황 대사는 "북한의 잘못된 정책과 조치들은 정권의 입지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핵 프로그램은 국제적 규탄과 제재, 한미의 단호한 대응을 초래하고 억압은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며 책임규명 측면에서 범죄 혐의를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북한은 핵과 인권침해가 함께 달리는 쌍두마차와 같다. (그래서) 인권침해가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함께 멈출 것"이라며 "안보리는 북한인권 상황을 정례적으로 다뤄야 하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행동과 정책이 바뀌고 우리의 대화 요청을 수락하도록 평양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개최에 앞서 한미일 등 57개국 및 유럽연합(EU)이 공동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언론발표문은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공식회의 개최 지지국을 대표해 황 대사가 낭독했다. 한국이 관련 언론발표문을 낭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오늘날 우리는 북한이 갈수록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동안, 악화하고 있는 인권 위기를 계속 목도하고 있다. 북한은 계속해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증진하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행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회견 참여국은 지난해 8월 회의 때보다 5개국이 늘어난 데다가 각국 대사를 포함한 외교단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많이 회견장에 자리했다고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전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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