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에 '무효화' 수순 밟는 9·19 군사합의…6년 전보다 정세는 더 악화

북한 '폐지' 선언에 이어 남한도 '전체 효력 정지'
심리전 확대 및 무력도발도 잦아질 가능성

대통령실이 3일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와 북한 군 초소. 2024.6.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전체를 효력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3일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안보실 1차장) 주재로 실무 조정 회의를 열고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오는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6년 전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6년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9·19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합의서엔 남북한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해상완충구역 등을 설정하고,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및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그러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이후 북한은 비무장지대 내 GP를 복원하고 JSA 경비 병력을 재무장시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018년 8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군사합의문서명식이 열리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군사 분야 합의문 서명식울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또한 북한은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전환한 이후 올해 초 서해 북방한계선(NLL) 완충구역 내 포 사격을 실시하며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등 9·19 군사합의를 여러 차례 위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엔 두 번째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1000여 개에 달하는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수일에 걸친 GPS 교란 공격 시도를 단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도발을 이어갔다. 결국 정부도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에 '맞대응'이 가능한 명분과 조건을 만들었고, 남북관계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됐다.

군은 오물풍선 등 북한의 심리전이 재개될 경우 북한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이 각종 정보 유입 수단인 대북 확성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만큼 대북 확성기가 재설치 될 경우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의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는 북한의 향후 오물풍선과 GPS 교란 등의 도발에 맞서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 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경우 북한은 지난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때처럼 조준사격 경고를 하는 등의 위협을 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