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北오물풍선은 정전협정 위반' 재확인(종합)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일치된 입장 강조
한미, MRO 관련 공급망·첨단과학기술 협력 강화
- 허고운 기자
(싱가포르=뉴스1) 허고운 기자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 오물풍선 살포 등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맞서는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두 장관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재확인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한미 장관은 △대북정책 공조 △확장억제 및 연합방위태세 △지역안보 및 방산분야 협력 등 한미동맹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신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북한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일체형 확장억제를 보다 가속화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한국 및 동맹에 대한 각종 위협적 발언 등 한반도와 역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무분별한 행위를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두 장관은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은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과 과학·기술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을 지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신 장관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행위가 명백하고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유엔군사령부를 통한 공식적인 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핵과 관련한 상황을 충분히 이야기했고, 신 장관은 북한이 오늘까지 700여개의 오물 풍선을 날린 것을 언급했다"라며 "오스틴 장관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말 등에 공감했고, 전반적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이해하고 공감을 표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유엔사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이 담긴 풍선을 살포하는 군사행동은 공격적이고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달 26일 남한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을 예고하고 28일 밤부터 29일까지 오물풍선 26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려보냈다.
이에 신 장관은 전날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 오물풍선 도발은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고 치졸하고 저급한 행위"라고 비판했으나, 북한은 같은 날 저녁부터 이날까지 남한으로 600여 개의 오물풍선을 또다시 날려보냈다.
한미 장관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의 압도적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바탕으로 긴밀하고 조율된 대응을 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두 장관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불법 무기거래, 첨단기술 이전 등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확대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인·태지역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같이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두 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양국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대응 및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기존 양자적 협의체를 통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데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지역안보협력, 방산 및 국방과학기술분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두 장관은 한미 지역협력실무그룹(RCWG)의 성과를 검토하며 해양안보, 방산협력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보다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양측은 양국의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유사 입장국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고, 신 장관은 오스틴 장관이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 발표한 '원칙성명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차원에서 양측은 최근 미 국방부가 발표한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 뿐만 아니라 인·태지역 내 유지·보수·정비(MRO) 관련 협력도 지속 논의해 가기로 했다.
더불어 두 장관은 한미동맹은 물론 역내외 안보에 있어 상호 이익이 되는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또한 양측은 '한미동맹 국방비전'에 따라 과학기술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한미 고위급협의체 신설, 한미 공동의 국방과학기술 컨퍼런스 개최 방안 등을 검토했다.
다만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의 첨단 군사 기술 개발 협력인 '필러2'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은 이날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은 오커스 필러2에 한국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 회담에선 '초계기 갈등'의 마침표를 찍은 전날 한일 국방장관회담에 대한 오스틴 장관의 언급도 있었다. 한일은 전날 회담에서 해상에서의 함정·항공기 간 안전거리 유지, 양국 간 통신 주파수 우선순위 설정 등 소통을 강화하는 내용의 초계기 갈등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오스틴 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한일 장관의 역사적인 리더십을 칭찬하고 한일 양자 협력이 한미일 3국 협력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오늘 회의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초계기 문제가 해결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말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신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한미동맹 국방비전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동맹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심화·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라고 전했다.
신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날 오후에는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이 참여하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맞선 3국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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