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동시에 한미일-미중 교차 외교전…북핵 입장차 조율 주목

한미일 외교차관, 양자 및 3자 협의회…같은 기간 미중도 양자 협의
한미일, 中역할 견인 방안 협의…中은 "北 합리적 안보우려 해결" 입장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워싱턴·베이징=뉴스1) 김현 정은지 특파원 =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북러 군사협력 심화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과 중국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각각 미국을 중심으로 4각 외교전이 펼쳐진다.

이에 따라 한미일과 중국간 한반도 비핵화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외교전을 통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외교부 등에 따르면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오는 31일 워싱턴DC 인근에서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를 갖는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번째이자, 지난해 2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열린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협의회이기도 하다.

이번 협의회에선 실패로 끝난 지난 27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29일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북러 군사협력 심화,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해산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공유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 차관은 이번 협의회에서 "3국간 협력을 더욱 심화하고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장시간 논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후속 동향이라든가, 앞으로 북한이 추가적인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를 했을 경우, 3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문제에 대해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번 협의회 계기에 캠벨 부장관 및 오카노 사무차관과 각각 양자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차관은 미측과 양자 협의에서 "소위 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러북 군사협력과 관련해 우리의 안보태세를 어떻게 튼튼하게 할 것인가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같이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4.5.29.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와 맞물려 미중 양국간 외교차관 협의가 이뤄진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2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캠벨 부장관과 협의를 진행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29일 밝혔다.

미중 외교차관은 대만 문제 등 양국간 민감한 현안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간 군사협력 심화 등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미일간 양자 및 3국 협의와 미중간 양자 협의가 워싱턴DC에서 맞물려 진행됨에 따라 북핵 및 북한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국간 입장차를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은 북핵 문제 등에 있어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압박하는 등 건설적·생산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리창 중국 총리)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뚜렷한 입장차는 한일중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빠지는 등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한미일과 미중간 교차 협의 속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기존 이견 자체를 해소하긴 어렵겠지만, 한반도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대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이날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대북 역할론과 관련, "한반도 문제, 또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3국이 공통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논의에서도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더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데 있어 어떤 유형이든 중국의 생산적인 역할을 환영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과 직접 관여 계기를 포함해 분명히 해 왔다"며 "우리는 그것을 계속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