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심사 기준 없는 민주유공자법안…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
전날 입장문 이어 기자회견 열어 입장 재확인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민주유공자법안)이 중대한 흠결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며 "민주유공자법안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민주유공자법안의 가장 큰 문제로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심사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민주유공자법은 법 적용 대상자를 '1964년 3월 24일 이후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으로 규정했다.
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에 따른 국가유공자 신청 대상자를 '민주화보상법'과 '부마항쟁보상법'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망자와 실종자, 부상자 911명 정도로 추정했다. 다만 민주유공자법안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결정할지에 대한 심사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강 장관은 "부산 동의대·서울대 프락치·남민전 사건 관련자 등 사회적 논란이 있어 국민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들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민주유공자 결정을 행정부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대통령의 개정 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위원 교체만으로도 정권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유공자의 기준 및 범위가 바뀔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강 장관은 특히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에 따라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에 따른 국가유공자 신청 대상자 911명 중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15명 내외로 파악하고 있다.
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이 다른 법에도 영향을 미쳐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강 장관은 "의료·양로·요양 지원 외에도 민주유공자 본인 및 자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대입 사회통합전형의 대상'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입학정원의 20% 이상 선발대상'에 포함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또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킨 부산 동의대 사건의 경우 희생자인 경찰과 가해자인 사전 관련자가 각각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라는 이름으로 보훈의 영역에서 함께 예우받고, 안장될 여지가 있어 '국립묘지법' 개정 과정에서 유가족의 극심한 반발과 이에 따른 국론 분열이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처럼 중대한 흠결을 가지고 있는 법안에 대해 추후 국회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강 장관은 전날 민주유공자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에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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