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다르지만 '한반도 안정'에 박자 맞춘 中…대북 입김 강화에 주목

[한중일 정상회의] 3국 공동선언에 中 최근 쓰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 표현 담겨
한일 정상과의 대면 회의에서 중국도 '성의' 보인 측면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재차 '정치적 해결'을 언급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중국은 한일 정상과의 대면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가 3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낸 상황이다. 이는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한일의 입장에 중국이 기존과 다른 '성의'를 보인 것으로, 향후 북한에 대한 '입김' 강화 여부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 총리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공동 선언문엔 2019년 12월에 열린 8차 3국 정상회의와 달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담기지 않았다. 2018년 5월 7차 정상회의 때도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대신 이번에는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와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라고 명시했다.

합의문 문구 자체만 봤을 때 종전 회의 보다 퇴보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를 반영했을 때 '한반도 비핵화'가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 유의미한 측면이 있다.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대화 무드가 무르익었고, 2019년에 회의에 앞서선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돼 '한반도 비핵화'가 거의 기정사실화 되던 때였다.

특히 당시엔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강력한 표현에 대한 '톤'을 조절하는 데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엔 CVID라는 굉장히 바가 높은 (표현이) 있었는데 이를 담기 힘들어 'VI'를 빼고 'CD'를 담은 것"이라며 "지정학적 변화에 최근엔 중국이 한동안 '비핵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단어를 썼다는 것 자체가 현 상황에선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018년, 2019년과 달리 최근엔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한미일 대(對) 북중러'와 같은 이른바 '신냉전' 구도 고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같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행보에 책임을 묻는 국제기구도 중국, 러시아의 노골적인 '북한 뒷배' 자처로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최근까지도 언급하지 않은 '한반도 비핵화'를 넣은 것 자체가 중국의 기조 변화에 대한 조심스러운 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리 총리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진하는 데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동시에 '관련 측의 자제'를 요구했다.

한반도 문제 관련 국가들의 자제를 요구하는 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그간 중국이 제기해 온 '미국 책임론', '대북제재 무용론' 등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번 한중일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를 명기하는 데 동의한 만큼, '관련 측'에는 북한도 함께 포함돼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리 총리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언급도 결코 새로운 표현은 아니지만, 중국이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에도 무형의 메시지를 보낼 의도가 있었다면, 이 표현은 향후 '대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리 총리는 북한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수 시간 전에 위성발사 계획을 언급한 데 대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안보리 위반"이라며 규탄한 반면, 별도의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다만 중국 체제 특성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닌 이상,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리 총리로서는 대답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자제함으로써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북한, 러시아 두 '진영' 모두에서 자신들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 일종의 '몸값'을 높이려는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