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전기차 관세 25%→100%로 인상…반도체·태양전지 25%→50%(종합)

약 25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인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로이터=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워싱턴·베이징·서울=뉴스1) 김현 정은지 특파원 강민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까지 4배 인상한다.

또한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를 25%로 올리고, 반도체와 태양전지에 대한 관세도 25%에서 50%로 2배 높아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고율의 관세 부과 등 대(對)중국 압박 조치에 나섬에 따라 중국의 대응과 그에 따른 미중 통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약 24조 6400억원) 규모에 대해 이같은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선 올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한다.

백악관은 "상당한 과잉생산 리스크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보조금과 비시장 관행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 수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해 다른 곳에서의 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율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관세를 올해내 7.5%에서 25%로, 리튬이온 비(非)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세는 오는 2026년 7.5%에서 25%로 각각 올린다. 배터리 부품 역시 올해 내에 7.5%에서 25%로 인상한다.

핵심 광물 중에선 천연 흑연 및 영구 자석에 대한 관세를 현재 0%에서 2026년에 25%로 상향한다. 이외 다른 핵심 광물에 대한 관세는 올해 0%에서 25%로 올린다.

백악관은 "중국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특정 부분, 특히 핵심 광물 채굴, 가공, 정제와 같은 과정의 8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며 "핵심 광물 채굴 및 전제 능력이 중국에 집중되면 공급망을 취약하게 만들고 국가안보 및 청정에너지 목표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특정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0~7.5%에서 올해내 25%로 인상하고,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현재 25%에서 오는 2025년까지 50%로 2배 상향한다.

백악관은 "레거시 반도체 부문에 있어 중국의 정책은 시장 주도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급속한 생산 능력 확장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 인상은 이같은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초기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태양 전지에 대한 관세율을 태양 전지 모듈의 조립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기존 25%에서 50%로 일괄적으로 인상한다.

백악관은 "중국은 불공정 관행을 통해 전 세계 태양광 공급망의 특정 부문에서 80~90% 이상을 지배해 왔으며, 이같은 현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태양전지) 관세 인상은 가격을 하락시키고 중국 외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 능력 개발을 억제하는 중국의 정책 주도형 과잉 생산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밖에 △STS크레인(0% → 25%, 연내) △주사기 및 바늘(0% → 50%, 연내)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 보호 장비(0~7.5% → 25%, 연내) △의료 및 수술용 고무장갑(7.5% → 25%, 2026년)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크게 올린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역사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전략적 부문을 신중하게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불공정 무역과 관계없이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가격을 인상시키는 무차별적인 10% 관세를 부과하기보단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공동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오는 11월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공약 등을 겨냥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른바 '보편 관세 10%' 부과를 공약한 데 이어 중국에 대해선 60% 이상 고율 관세 적용 등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관세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선 중국 정부가 강력 반발하면서 보복성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장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 예고에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관세 인상 조치의 대상이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철강 등 세계 시장에서 한중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 만큼 이들 분야에서 중국의 대미 관세 장벽이 높아진다면 한국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그러나 향후 중국의 맞대응으로 미중간 통상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 여지 등 변수가 적지 않아 속단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