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케미'만 부각…'독도·야스쿠니' 한일 악재 누적

정상 통화 일주일도 안 됐는데…일본발 '역사 왜곡·미화' 지속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정상이 최근 전화통화를 갖고 '케미'를 부각했지만 이후 이어진 독도 영유권 주장·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발(發) '악재'로 한일관계 개선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 '다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94명은 23일 춘계 예대제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도 지난 21일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에 이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이에 따라 이번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각료는 2명으로 늘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그는 2021년 총리 취임 이후 참배는 하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민간인 등 246만여명이 합사돼 있는 곳이다. 이에 일본 정치권 인사들이 이곳을 참배하거나 공물을 보내는 것을 두고 과거 '침략전쟁'을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본의 '역사 왜곡·미화' 논란은 지난주에도 불거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19일 우익 사관의 인식이 담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2종을 추가로 검정 통과시키면서다.

일본 의원들이 23일 (현지시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있다. 2024. 04. 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레이와서적이 펴낸 해당 교과서엔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부정, 식민지 근대화론 등의 과오를 미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정부는 외교부와 교육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극히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거짓 기술" "과거의 과오에 대해 사죄와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교과서" 등의 강한 어조로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별도로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일련의 '일본발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17일 전화통화를 갖고 '국제정세 속 한일·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 기조를 재확인하는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정상 통화 관련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일곱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쌓은 견고한 신뢰관계" "양국 간 형성된 긍정적 흐름" 등의 표현으로 의미를 부여했는데 최근 일본 측의 행보는 이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한일 정상 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실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국내 여론 악화를 감수하며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을 내놨지만 '물컵의 절반'을 채울 일본의 '호응'은 여전히 없는 상황에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정상간 좋은 케미와 의지가 강하다는 것만으로 실제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한일관계는 언제든지 국내 정치적 기반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최근 상황은 더욱이 우리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