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대체 방안 구상 본격화…中도 '합류'할까
러시아 '몽니' 패널 임기 연장 불발에 '플랜B' 가동 본격화
中 빠지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한계 타파는 어려울 듯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감시자 역할을 해왔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불발에 따른 '플랜B'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전문가 패널(이하 패널)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우방국과 함께 구상하고 있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조 장관이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언급한 것이 처음이다. 그는 이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7일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밝혔다.
외교가에선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의 핵심 기능은 기존 패널의 주요 기능·역할을 계승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응해 출범한 패널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각각 파견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패널은 북한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보를 추적·감시하고 관련국들에 제재 이행 권고를 내놓는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연 2회 유엔 회원국들을 상대로 결의 위반 의심 정황에 대해 별도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안보리는 매년 한 번씩 전문가 패널의 임기(1년)를 연장하는 결의를 채택해 왔지만, 올해 그간의 관례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열린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최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새 결의 채택이 부결된 것이다.
안보리의 의사결정 구조상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 이로 인해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30일로 종료된다.
조 장관이 이번에 언급한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은 전문가 패널의 임기 종료 전후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지난달 말 북한의 핵·미사일 자원·자금줄 차단을 위한 실무협의체인 '강화된 차단 TF(태스크포스)'를 처음 가동했는데, 이 TF의 활동이 새 메커니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대북제재 기구의 출범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 등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대북제재 무용론'에 잠식되거나 특정 국가의 의도로 유명무실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의 참여 여부가 핵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표'를 행사하며 사실상 북한의 편을 들었지만 나름대로 '선'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적극 동조하지는 않고 있다. 중러, 북중관계는 관리하면서도 북한과 러시아가 바라는 '북중러 3각 구도' 설정에 대해선 분명하게 거리를 둬 왔다.
물론 중국도 그간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 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대북제재 구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중국을 제외한 미국 등 서방국들만으로 구성될 경우, 이른바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구도의 고착화는 오히려 심화돼 대북제재의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 한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n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