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했지만…성전환자 군 복무 허용은 아직
軍 "사망 원인은 강제 전역에 따른 우울증"…성전환자 문제는 여전히 논쟁
- 허고운 기자,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기자 =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조치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다만 변 하사의 순직 인정이 성전환자의 군 복무 허용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4일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에서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심사한 결과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심사 결과는 지난 2021년 3월 변 하사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지 3년 1개월 만에, 변 하사의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2년 6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순직 결정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에 대한 온전한 명예회복은 아닐 것이다. 군이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남은 숙제를 풀어가겠다"라고 했다.
군 당국은 변 하사의 순직 인정이 군인권센터의 언급대로 '성소수자, 특히 성전환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직 결정 과정에서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변 하사의 성전환 문제가 아니라 '강제 전역 조치에 따른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날 '순직 결정에 대한 입장'에서 '성전환' 등의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며 "심사위에서는 사망에 이른 주된 원인은 개인적 요인이 일부 작용됐으나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강제 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성전환자의 군복무 기회 박탈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고,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군 내부에서도 일부 개진되고 있다"라면서도 "아직까지는 관련 정책 시행을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해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마치고,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할 경우 입대 전 수술을 마치고 법적 성별을 정정한 사람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정책 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대한 △장병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법적 문제 발생 소지를 감안한 것으로서 '군 복무 중 성전환한 경우엔 더 이상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KIDA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기로 한다면 그 범위를 '입대 전 성전환 완료'에서부터 '군 복무 중 성전환' 등으로까지 점차 넓혀가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KIDA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이른바 '성별 불일치' 장병들에 대한 관리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스라엘을 포함해 영국·독일 등 20여개국 정도다.
군 당국은 '성전환자의 군 복무 인정'을 전제로 한 후속 연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체는 남성이지만 성 정체성이 여성인 '트랜스 여성'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지 않으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은 사람에겐 5급 군 면제 판정을, 6개월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향후 일정 기간 관찰이 필요한 경우 7급 재검사 판정을 내렸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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