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전화통화 실시…北·대만·우크라 등 논의(종합)

지난해 11월 대면 정상회담 이후 4개월여 만에 접촉…통화는 1년8개월여만
양국 군사대화 복원 및 펜타닐 대응 등 11월 정상회담 성과 진전 논의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정윤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간 소통 강화와 경쟁의 책임있는 관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 백악관,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관계와 더불어 공통 관심 분야에 대한 솔직하고 심도 있는 교류를 나눴다.

이날 미중 정상은 양국간 소통 강화와 경쟁의 책임있는 관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두 정상은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대만·우크라이나 등 역내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6번째이자, 지난 2022년 7월28일 이후 1년8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지난 2021년 2·9·11월, 2022년 3·7월에 각각 전화(화상) 통화를 가진 바 있다.

아울러 미중 정상이 접촉한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샌프란시스코 대면 정상회담(11월15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양국 정상은 당시 샌프란시스코 선언(골든게이트 선언)을 내고 '우발적 충돌의 회피'를 위해 실무자급을 포함한 군 간 소통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두 정상간 이번 통화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개방된 소통 라인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각각 지난 1월 태국 방콕과 2월 독일 뮌헨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만나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등에 대해 논의를 해 왔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양국 관계에 있어 지속적인 소통 라인 강화 및 책임감 있는 경쟁 관리, 다양한 역내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오판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 군사 당국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이날 통화에서도 이를 되풀이한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전날 전화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군(軍) 대 군' 소통이 항상, 특히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향후 몇 달 안에 양국 장관급과 전구 사령관간 소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마약 대응, 인공지능(AI) 관련 위험 및 안전 문제, 기후 문제 등 양국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점쳐진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당시 △군사 대화 재개 △중국 정부의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원료 제조 화학회사 단속 등에 합의했고, AI의 위험에 대해 추가 논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한 바 있다.

고위당국자는 "정상들은 우드사이드 정상회담 이후 이같은 각 문제에 대한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펜타닐 문제와 관련, 불법 마약 밀매의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마약 대응에 대한 지속적인 진전과 실질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두 정상은 아울러 대만과 홍콩, 신장, 남중국해 등 양국간 민감한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내달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둔 만큼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그간 대만 문제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 왔던 만큼 이같은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은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 방위산업 등에 대한 중국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중국의 불공정 경제관행,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 등 양국간 경제 및 교역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하고, 미국은 우리의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임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과 북러간 밀착 심화 등 한반도 문제도 두 정상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점쳐진다.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다룰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과 북러간 경제·군사·기술 파트너십 확대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중국에 이같은 우려를 계속 강조하는 동시에 대북 외교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과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해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복수의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를 인용, 공화당 대선후보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 신봉자를 사칭하는 중국과 연계된 상당수 가짜 계정이 각종 음모론 및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 글을 유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위당국자는 중국의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 "이것은 거의 모든 고위급 대화에서 논의해 온 주제"라며 "우리는 우리의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하려는 모든 국가에 대해 우리의 우려를 매우 분명히 해 오고 있다"고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