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임명 25일 만에 대사직 사의…외교부 "사의 수용, 대통령에 보고"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임명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종섭 주호주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사는 이날 오전 김재훈 변호사를 통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라고 발표했다.

이 대사는 "그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라며 "저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직을 내려놓은 후 공수처의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고 고발돼 공수처의 조사를 받던 중인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이 대사가 올 1월 출국금지 조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논란이 일었다. 이 대사는 법무부에 출국 금지 조치 이의를 제기했고,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대사는 8일로 예정된 출국을 연기해 10일 호주로 출발했으며, 12일 호주 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하고 공식 업무를 개시했다.

그러나 그의 임명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공방 사안이 되자 이 대사는 지난 21일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으며, 원래는 호주대사직을 유지한 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공수처의 조사를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19일과 21일, 27일에 공수처에 소환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음에도 공수처가 받아들이지 않자, 호주대사직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여론을 의식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인 지난해 9월에도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등의 논란으로 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하기로 하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이 대사의 사표는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의 임명 전날인 지난해 10월 6일 수리됐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