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위 "北 사이버 탈취로 외화 50% 조달…WMD 개발비 40% 충당"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
"러, 北에 무형 기술이전 가능성 조사"…김정은, 극동연방대 방문 주목
- 김현 특파원, 노민호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노민호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들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한 암호화폐 탈취 등으로 전체 외화 수입의 약 50%를 조달하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개발 재원의 40%를 충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널들은 2017년 이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핵무기를 추가로 개발하고 핵분열성 물질들을 생산해 왔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위는 이날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를 공개, "보고기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반도에서 군사 및 정치적 긴장이 더욱 증가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패널은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과 관련, "북한의 사이버 위협 행위자들은 유엔의 제재를 회피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상자산 업계'를 계속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패널은 북한이 해킹 및 사이버 공격 등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통해 전체 외화 수입의 약 50%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한 유엔 회원국의 보고 내용을 전했다.
또 다른 회원국은 북한의 WMD 프로그램의 40%가 불법적인 사이버 수단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패널은 설명했다.
패널은 특히 업계 및 언론보도, 민간 부문 기업 및 회원국 정보를 토대로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암호화폐 탈취사건 17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패널은 특히 지난해 북한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탈취 사건 17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탈취 규모는 총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패널은 또 2017∼2023년 북한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대해 벌인 58건의 사이버 공격 의심 사건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으며, 탈취 규모는 약 30억 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 사이버 회사는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사이버 도둑"이라고 표현했다고 패널은 전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계속 안보리 제재를 다양한 수단으로 회피하고 있으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켜 왔다고 밝혔다.
보고 기간에 3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기, 중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 1기, 단거리 탄도미사일 5기 등 최소 7기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패널은 또 북한이 2차례의 시도가 실패한 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군사정찰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다고 평가했다.
패널은 특히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핵물질 생산 시도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활동도 지속됐다고 전했다.
패널은 영변 핵단지 인근에 있는 구룡강에서 최소 2곳 배출지를 통해 상당한 양의 배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2023년 10월 중순부터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강한 물 유출이 관찰됐다"며 "이같은 관측은 (경수로의) 가동과 일치한다"고 말했고, 그해 12월에는 경수로에서 방출된 물이 따뜻하다며 "따뜻한 물의 배출은 원자로가 임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 패널은 또 인적 교류 등을 통해 북한으로의 무형기술이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대가로 제재를 위반해 북한에 WMD나 인공위성 등의 기술을 발전시킬 무형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패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극동연방대학(FEFU)을 찾은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나 대학측은 제재위의 질의에 대학과 북한 기관간 학술 교류는 없으며, 대학에 재학 중인 북한 학생은 인문학을 전공하는 영사관 직원 자녀들뿐이라고 답변했다고 패널은 전했다.
패널은 또 지난해 10월 한 회원국으로부터 같은해 9월7일~10월1일 사이 러시아 선박 2척이 북한 나진항에서 러시아 두나이 항구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패널은 다만 북한과 러시아간 무기 이전과 관련해선 북한이 러시아로 철도를 통해 무기를 이전했다는 주장에 대해 회원국들과 언론의 이전 보도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패널은 북한이 해상에서 제재 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정제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는 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작년 7월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담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이전 보고서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유엔 회원국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 1년에 두 차례 활동결과를 유엔에 보고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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