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개방 이어 군의관 파견…의료대란 때마다 軍 '존재감'
정부 요청에 따라 우선 군의관 20명 보내…2차 파견도 검토
2000년 의료파업 땐 비상 진료팀 파견·코로나19 방역도 함께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들며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방부가 군의관을 민간 의료현장에 투입했다. 군 병원 응급실 전면 개방에 이은 후속조치다.
2000년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파업,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부터 이번 사태까지, 의료대란이 벌어질 때마다 군이 투입되며 '국민의 군대'로서의 역할에 나서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은 지난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3월 11일부터 4주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파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장기전'에 대비해 비상진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긴 데 이어 진료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기로 한 것.
현재의 의료공백에 전면적으로 대처하기에 충분한 인력은 아니지만,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목표로 당장 가용한 인력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군의관 20명 등은 이날부터 4주간 빅5 등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 등에 파견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엔 주로 외과, 정형외과 계열 군의관들이 파견을 간다"라며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뿐만 아니라, 부산과 전남 등 지방 거점대학 병원에도 파견된다"라고 전했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전면 개방한 국방부는 지난 10일까지 모두 189명의 민간인을 진료·수술했다. 이 중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군 본연의 임무를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군 의료인력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의료대란이 벌어질 때도 군 의료인력의 존재감은 도드라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20일부턴 방역대책본부(방대본)를 가동, 군내 코로나19 확산 차단은 물론, 범국민 의료지원 등 활동을 했다.
구체적으로 국군의료지원단을 편성해 인천국제공항과 지역보건소, 선별진료소 등 11곳에 370여명을 파견해 의료지원을 했고, 국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고양·대구·대전·수도병원 등 4개 군병원은 총 517개 치료 병상을 운영하면서 3년 간 코로나19 확진자 4114명을 치료했다. 해외 체류 교민을 위한 화상 의료상담도 지원했다.
2000년 의료파업 땐 민간인 진료를 위해 군의관·간호장교·의무병·운전병으로 구성된 비상 진료팀을 편성해 전국 12개 공립·시립 병원에 보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현재 개원의 진료가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당초 검토한 군 병원의 민간인 외래진료 확대는 당장 시행하진 않기로 했다.
대신 정부가 2차 인력을 모집해 4주 후엔 더 많은 인력을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파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국방부 또한 중대본 요청에 따라 군의관 등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군 의료인력의 업무 피도로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려해 국방부의 신원식 장관과 김선호 차관은 지난주 연일 군 병원 현장을 찾아 군 의료인력을 격려했다.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군 의료인력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군 병원의 본래 목적인 장병 진료와 치료엔 아직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군 의료인력들이 비상근무를 서야 하니깐 서로 배려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군 의료인력의 재배치를 검토하는 한편, 시간외근무수당 신청 등을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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