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2년]'불량국가' 북러 밀착…한러관계 개선도 '요원'

러시아, 유엔 권위까지 무시하며 북한 '뒷배' 자처
전문가 "韓, 최악 안되게 러 관리…北지원 막아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News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2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불량국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인해 악화된 한러관계의 개선이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러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상황을 관리하면서,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에 러시아의 무기와 기술이 흘러들어가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에 대응해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추진하자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키는 등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장기화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속에서 포탄과 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공급해주는 북한은 러시아에 든든한 지원군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무기를 공급받아 왔다.

러시아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젠 대놓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자폭 드론 5대와 정찰 드론 1대, 방탄조끼 등을, 최근엔 러시아산 최고급 세단 '아우루스'를 선물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며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반 젤로홉체프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을 비롯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는 이달 초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 악화를 '한미 책임론'으로 돌렸다. 마체고라 대사는 한반도 군사·정치적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처럼 북러 양국이 각각 '국제 고립' '전쟁 무기 부족'의 이유로 밀착하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더욱 고착화 됐다.

ⓒ News1 DB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올해 들어 한국과의 외교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 등을 두루 만난 것.

하지만 루덴코 차관이 방한했을 때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편향적", "혐오스럽다" 등의 표현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해 한러관계가 또 한번 냉각됐다.

주한러시아대사관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러관계 발전 의지를 밝히며 '비우호국 중 한국이 가장 우호적인 국가'라는 주장을 폈지만, 최근 러시아의 행보는 이 같은 주장에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러시아는 한러관계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대러제재 철회'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을 심화할수록, 한국으로선 미국 등 서방국가의 추가 대러제재에 공조할 수밖에 없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러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후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러 밀착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 그만큼 한러관계의 개선은 요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한러관계 개선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하다"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5년 넘게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은 그간 한러관계가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며, 러시아가 북한에 반대급부로 지원해줄 수 있는 무기나 기술은 우리의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