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평양 방문한다면…일본은 한국과 사전 소통할까?

'日 납북자 문제'는 한미일 '약한 고리'…'韓 패싱' 우려
외교부 "북일 접촉 등 북한 문제 일본과 긴밀히 소통 중"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조건부 방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일본이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한국과 관련 소통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에서 △이미 해결된 납북자 문제 △정당한 자위권 등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걸 조건으로 내걸며 "수상(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이달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며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라고 강조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일본 정부의 숙원 과제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북일 정상회담 실현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와 북한 노동당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 5월 박상길 외무성 부상 담화문을 통해 납치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특히 올해 1월 김 총비서가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 위로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양측의 '모멘텀'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가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김 총비서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에 일각에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북일관계 개선 카드를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고, 나아가 본격적으로 한미일 공조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일련의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 그리고 한반도 문제 당사국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한일 간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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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일 접촉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북일 접촉을 포함해 북한 문제 관련 일본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도쿄든 워싱턴이든 평양과 의미 있는 교섭을 할 땐 반드시 서울을 거쳐야 한다'라는 지적에 "당연하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또 "우린 남북한 분단과 북한 핵위협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한반도와 관련한 대외관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정보를 시시각각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한일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태열 장관은 지난달 8일 인사청문회에서 '북일 협상이 진행될 시 북핵 문제보단 납치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핵 문제를 제쳐놓고 납북자 문제만 처리할 것 같지는 않다"라며 "북한과 대화가 진행된다면 우리와 충분히 협의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 내각의 지지율 하락, 그리고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일본이 사전에 한국과 관련 협의를 하지 않는, 이른바 '한국 패싱'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는 한미일 3각 협력의 '약한고리'로 평가되기도 한다. 북한은 일본과 접촉 후,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미국 측에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북일 접촉 움직임에 대해선 사전에 이미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일본에 정보를 요구했을 것이고, 일본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달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관련 얘기를 일정 부분 해줬을 것이다. 이(정보 공유)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제외하고 북한과 만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북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의 관건은 북한이 전향적으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70∼80년대에 자국민 17명이 북한에 납치돼 그중 12명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들 12명 중 8명이 숨졌고, 4명은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