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전쟁 운운·미사일 도발 '폭주' 김정은 논의할까

미중 외교사령탑 '1차 회담'서 美, 北 문제 中 건설적 역할 촉구
일각에선 北 논의 언급 없을 가능성도 제기…"우선순위 높진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수시로 '전쟁'을 언급하면서 무력도발을 단행해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정상이 양자 논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촉구하고 있어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2일 홍콩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와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비교적 빠른 시일 내"(relatively soon)라고 답해 미중 정상의 '직접 소통'이 논의 중임을 밝혔다.

이에 앞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중 정상 간 통화가 올해 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SCMP의 보도만 보면,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12시간 동안 '마라톤 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은 왕 부장에게 최근 북한의 도발과 북러 간 군사협력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도 관련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짤막한 표현이지만 이를 두고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가 대립의 심화 보다 관리로 선회하며 양국이 북한 문제를 '협력의 공간'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은 북러가 제기한 북중러 3각 협력에 대해 거리를 두며 철저하게 북한, 러시아와의 양자관계 발전만 모색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의 고위급 소통을 늘리며 외교적 충돌을 피하려 하는 기조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발사 장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전쟁까지 언급하며 무력도발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칫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중 간의 유화 분위기도 갈등의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의 '관리'를 위해 도발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중국이 북중러 3각 협력에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현 외교전략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중국의 경제적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관리'의 카드를 북미 양측에 모두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다소 골치 아픈 상황일 수도 있다.

북한은 2일에도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는 올해 들어 아홉 번째 무력도발이다. 또한 북한은 최근 열흘 사이에 순항미사일을 4차례나 발사하며 도발의 밀도도 높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가 있더라도 북한 문제가 다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최근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라며 "한국의 관심사는 미중관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다룰지인데, 우선순위가 높아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미중 양국이 소통을 지속하는 건 북한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 중국도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미중 간 대화가 된다는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의 장으로 삼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양국이 일정 수준 이해를 공유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