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딜레마… 北도발 거듭될수록 '무용론'만 커져

중·러 '반대'에 ICBM 대응 논의 또 불발
북한은 "한미에 모든 책임" 겁박하기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의 도발이 거듭될수록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무용론'만 대두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를 감행하자 19일(현지시간) 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이번에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회의 과정에서도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탄 없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상 위협 때문'이란 식의 주장을 펴는 데 급급했다.

중러 양국은 북한이 5년 만에 ICBM 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논의 때마다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중러 양국의 이 같은 비호에 힘입어 이번 회의에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북한의 김성 대사도 이번 ICBM 발사가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며 "미국과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몇몇 국가들이 이번 회의를 강제로 소집한 건 유엔 역사상 수치스러운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 대사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직접 거명하면서 "만일 공화국(북한)의 자주권과 안보상 이익을 침해하기 위한 무모하고 무책임한 군사적 위협을 계속한다면 그 후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도발 당사자들이 져야 할 것"이란 말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유엔 회원국이면서도 안보리 결의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안보리 회의 소집을 비난한 것도 모자라 한미 양국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겁박'하는 상황이 안보리 회의석상에서 벌어진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적반하장'식 반응은 적어도 안보리에서만큼은 중러 양국이 확실히 보호해줄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 9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을 강화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번 ICBM 발사 직전엔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에 보내 중국과의 고위급 접촉 또한 4년 만에 재개했다.

중러 양국은 앞서 2017년까지만 해도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각종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데 동참해왔다.

그러나 이후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된 데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들 나라가 안보리를 '진영 대결의 장(場)'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외에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행 안보리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일각에선 "차제에 안보리의 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기구 창설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