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자정부'가 중동·아프리카를 바꾼다 [선남국의 튀니지 통신]
튀니지 성공사례 'K전자조달시스템' 확산 기폭제
'국민신문고'가 가져올 對民 서비스 변화도 주목
(튀니스=뉴스1) 선남국 주튀니지대사 = 우리나라는 국민이 각종 민원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나라다.
'정부24'에 접속하기만 하면 각종 증명서를 쉽게 발급받고, 정책과 지자체 소식까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 된다. 이를 통해 관계기관으로부터 7~14일 이내에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정책을 제안할 경우엔 1개월 내에 채택 여부도 알 수 있다.
이를 '전자정부' 또는 '디지털정부' 서비스라고 한다.
유엔은 지난 2004년부터 2년 간격으로 190여개국의 전자정부 서비스 정도를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해왔다. 우리나라는 여기서 2010~14년 기간 3회 연속 1위를 달성한 이래 작년까지 3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튀니지는 일찌감치 전자정부 분야 최고 선진국인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요청,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1월엔 두 가지 좋은 일이 있었다. 그 하나는 튀니지 조달청의 소니아 벤 살렘 전자조달국장이 우리나라의 개발협력(ODA) 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2023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이다.
소니아 국장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함께 한국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튀니지에 도입, 자국 조달시장에 혁명을 가져왔다.
2014년 완성된 튀니지 전자조달시스템 덕분에 튀니지 전국의 중소기업인들은 전과 달리 간소해지고 투명해진 공공조달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019년부터 올해까진 그 시스템 업그레이드 사업도 마쳤다.
튀니지의 이 같은 성공 사례는 이후 요르단(2014년), 이라크(2018년), 이집트(2022년) 등으로 'K전자조달시스템'이 확산하는 기폭제가 됐다. 튀니지는 우리나라-튀니지-여타 나라 간 '3각 협력'의 거점이 됐다.
작년 11월엔 카메룬, 그리고 올 10월엔 요르단·이집트 등의 공무원들이 튀니지에 와 K전자조달시스템 연수를 받았다. 한·튀니지 양국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튀니스에 전자조달시스템 교육원을 건립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또 하나 좋은 소식은 지난달 13일 한·튀니지 개발협력분야 사상 최대 사업인 '튀니지 토지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의 출범식이 튀니지 정부 고위인사와 우리 기업 관계자들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것이다.
이 사업은 전자조달시스템 성공을 체험한 튀니지 정부가 한국토지정보시스템을 튀니지에 도입하기 위해 우리 측에 대외협력기금(EDCF) 차관(6000만달러)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이제 튀니지 국민은 4년 뒤 우리 기업이 만든 튀니지 토지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부동산 계약부터 도시계획·건설 등 토지 관련 행정서비스와 재판 업무의 획기적 개선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튀니지는 이외에도 튀니지 총리실 산하 전자정부국에 2020~25년 기간 한시적으로 '한·튀 디지털정부 협력센터'를 설치, 튀니지 측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전자정부사업에 대한 우리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80위권 성적을 기록 중인 튀니지가 앞으론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더 기대되는 것은 우리 '국민신문고'가 튀니지에서 일으킬 변화다.
튀니지는 앞서 2018년에 우리 코이카의 도움을 받아 자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튀니지판 국민신문고(일명 'e-피플')를 오픈했다. 그러나 처음 'e-피플'은 국민 홍보도 부족한 데다 정부기관에 그 이용을 강제하는 법적 토대도 미흡해 별로 이용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튀니지 정부가 작년 4월 'e-피플'을 전 행정기관이 사용토록 하는 내용의 규정을 제정하면서 이를 통한 민원 접수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특히 'e-피플'을 통한 부패 신고와 정책 제안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이젠 튀니지 국민들도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한·튀니지 양국 정부는 'e-피플'의 사용자 편의성 등을 더 높이기 위한 'e-피플 고도화 사업'을 2024~28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 '국민신문고'가 튀니지 공무원들의 대민(對民) 서비스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고, 튀니지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느끼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내년엔 첫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워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리나라와의 정상회의 개최를 반기는 이유다.
튀니지처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자기들에 필요한 분야에서 우리의 전자정부시스템을 도입, 자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아프리카 국가 공무원들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업무를 시한 내에 처리하기 위해 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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