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이어 호주도 北 '위성' 제재… 대북 압박 시너지 기대

북한 국적자 등 관련 인사·조직 대상 '독자제재' 조치 잇따라
중·러 때문에 안보리 차원 대응 어려워져… 유럽도 동참할까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달 21일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의 무력도발 등 각종 불법행위에 따른 각국의 동시 다발적 독자제재 부과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호주 등 4개국이 북한의 지난달 21일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1일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면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그 개발 및 관련 물자 조달, 그리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운용에 관여한 혐의로 리철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국장과 진수남(신규남) 주러시아대사관 무역서기관 등 북한 국적자 11명을 이날 독자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 정부도 강경일 청송연합 이란지사 대표를 비롯한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군 정찰총국 산하 해커조직 '김수키'를 각각 독자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했고, 일본 정부도 이날 리석 에어고려 트레이딩 대표를 포함한 북한·러시아·슬로바키아 등 국적자 5명과 관련 기업·조직 4곳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호주 정부 또한 개인 7명 및 기관·조직 1곳에 대해 각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WMD)·위성 개발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금융제제와 여행금지 조치를 포함한 독자제재를 부과했다.

그간 한미 또는 한미일 차원에선 사전 조율을 거쳐 대북 독자제재를 연쇄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호주까지 이 같은 행보에 동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사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에 따른 한미일 등 주요국들의 대북 독자제재 연계·강화는 그동안에도 각국 외교당국 간에 지속적으로 논의돼왔던 것이다. 이는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그 대응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는 작년 이후 북한의 도발 등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논의 때마다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특히 안보리가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담겨 있지만, 중·러 양국은 이에 근거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 논의 때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가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중·러 양국이 작년 이후 안보리의 대북 관련 논의 과정에서 매번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행보를 보여 왔고, 그 결과 현재 안보리는 추가 대북제재 결의는 물론, 법적 구속력이 없는 대북 의장·언론성명마저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러 양국의 이 같은 행보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그 수위가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미중 간 패권경쟁이 '현재 진행형'인 데다, 러시아의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와 함께 촉발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 또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단 점에서다.

게다가 10월 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 또한 미국이 북한 관련 문제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단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가운데 중·러 양국은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에 따라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도 그 불법성을 규탄하기는커녕 북한의 '자위권 행사'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도 탄도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고, 인공위성용 우주발사체에도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이 쓰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 당국은 북한이 정찰위성 및 우주발사체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전쟁용 탄약·무기 등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북한과 다른 유엔 회원국 간의 무기거래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직후부터 한미의 주요 군사시설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거의 매일 관영매체를 통해 이를 '선전'해왔다.

한미 당국과 대다수 전문가들은 위성체의 자세 조정 및 기능 최적화에 최장 수개월까지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정찰위성의 추가 발사까지 예고해둔 상태다.

따라서 북한이 정찰위성의 추가 발사를 포함한 도발 행위가 반복될 경우 한미일과 호주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들도 독자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를 두고는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각각 규탄 성명이 나왔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