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엔대사 "美 위성 풍선·투석기로 쏘나"…韓 "北, 안보리 조롱"

北, 유엔 안보리 위성 발사 관련 긴급회의 개최에 '자위권' 강조하며 반발
황준국 유엔대사 "北발사, 노골적 안보리 결의 위반…안보리 단합해야"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은 유엔TV 화면 캡처.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7일(현지시간)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북한은 이번 발사가 정당한 주권 및 자위권 행사라고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현재 5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안보리는 북한의 인공위성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강력 규탄하고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번 안보리 회의가 미국과 그 추종 국가들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따라 소집됐다며 이는 "북한의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가 미국의 위협 때문이며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논리를 재차 폈다.

그는 최근 미 해군 제1 항모강습단의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의 부산 입항 및 핵추진잠수함 '산타페'의 제주 해군기지 입항, 대규모 한미·한미일 연합훈련,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 "(미국은)북한에 대해 가장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북한만큼 위험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지 않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자위(권)의 필요에 따라 여러 군사 및 민간 위성을 개발·발사·운용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공개적으로 '북한 정권 종말'을 언급하지 않고, 확장억제 공약에 따라 북한에 대한 더 진전된 핵무기 사용 정책을 만들지 않았으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을 추진하지 않는 등 북한에 대한 위협을 하지 않았다면 "북한도 정찰위성이 아닌 통신 위성 등 평화적 목적의 민간용 위성부터 발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사는 북한도 국제법 등에 근거해 우주를 차별 없이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 등 서방의 안보리 결의 위반 주장에 항변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는 의문이 든다"면서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풍선이나 투석기로 위성을 발사하느냐"라고 지적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TV 화면 캡처.

이에 맞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위성 발사가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전쟁 준비 태세 강화 등을 언급한 북한의 성명을 거론, "이번 발사는 결코 평화로운 것이 아니었다. 우주공간의 합법적인 사용과도 무관했다"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 결의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거나 핵무기 전달 능력을 가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 기술의 추가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모든 발사는 금지하고 있다며 "북한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넘어 거의 조롱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화성-17호 발사를 기념해 11월 18일을 '미사일 공업절'로 지정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안보리가 명시적으로 금지한 불법적인 활동을 기념일로 지정한 사례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특히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등 접경지역 내 적대적 군사 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뒤에도 드론 침투 및 해안포 발사 등 도발을 했다면서 "북한은 수시로 남북간 합의도 일방적으로 위반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로 ICBM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정찰 역량까지 신장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도 더 이상 손이 묶인 채 좌시할 수 없다"며 정부가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더 이상 역내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문제"라며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단호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모든 회원국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규탄과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안보리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대화와 협상의 문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