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상황에 도움 되는 역할" 얘기했지만… '시각차'도 여전(종합)

왕이, 박진과 '120분 회담'서 北도발·탈북민 등 원론적 입장
"고위급 교류 중요성엔 공감대… 시진핑 방한 시기는 아직"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2023.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부산=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우리나라와 중국 당국이 26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양국 간 관심사 및 상호 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여를 요청했으나, 중국 측은 일단 "역할을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에서 진행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간의 한중외교장관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60분을 훌쩍 넘긴 약 120분간 진행됐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지난 21일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북한의 이번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인공위성용 발사체 또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기에 북한의 위성 발사는 그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박 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로 나오는 게 한중 공통 이익"이라며 이를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왕 부장도 최근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 측은 한반도 상황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 배석했던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왕 부장의 '역할' 언급에 대해 "중국 측이 원칙적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중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 정지하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앞서 우리 측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조치 뒤 "현재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유관 각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며 대화를 통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중외교장관회담. 2023.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러나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게 명백함에도 우리 측이 적법 절차를 거쳐 결정한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와 '동급'(同級)으로 간주하는 건 사실상 '북한 편들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로사 9·19합 일부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등을 왕 부장에게 분명히 설명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또 최근 재차 불거진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과 관련해서도 "탈북민들이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왕 부장에게 요구했다.

이밖에 이날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선 우리 정부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 추진해왔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시 주석은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7월 국빈 방한 이후 우리나라를 찾은 적이 없다. 반면 2017년 집권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재임 중 2차례나 중국을 다녀갔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내에서도 "다음엔 시 주석이 우리나라에 올 차례"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한중 양측이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아래 소통하고 있다"며 "(시 주석 방중의)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오늘 회담에서도 기본적인 의견 교환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또 양국 간 △외교·안보대화 및 △외교차관 대화 △'반민반관'(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두 사람은 "경제협력이 한중관계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호혜적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특히 박 장관은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중국 내 우리 기업 활동 보호 △게임·영화 등 문화 콘텐츠 교류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또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라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개최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