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다시 만나는 박진-왕이… 이번에도 '등산'은 어려워
작년 8월 칭다오 회담 때 "한국 오면 등산하고 자장면 먹자" 약속
각자 일정·동선 문제로 시간 내기 어려워… "자장면은 먹을 수도"
- 노민호 기자
(부산=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부산에서 만난다. 한중외교장관회담과 한일중 외교장관회의가 같은 날 잇달아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왕 부장은 25일 오후 항공편을 이용해 부산에 도착, 1박2일간 일정으로 체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기간 박 장관과 왕 부장 간의 '숙원'인 등산은 현재로선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수행하다 이번 한일중 회의 일정을 위해 귀국하는 박 장관의 경우 이날 오후 늦은 시각 부산에 도착할 예정인 데다, 왕 부장은 이어지는 다른 일정 때문에 26일 오후 3국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출국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등산'만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외교가에서 '소문난 등산광'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작년 8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 땐 '다음엔 함께 등산을 가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당시 방한을 요청한 박 장관에게 "같이 자장면도 먹으러 가자"며 화답했고, 이에 박 장관은 "한국에 오면 북한산 등산도 같이 하고 제일 맛있는 자장면도 먹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작년 말 왕 부장 방한이 추진되면서 '자장면'과 '등산' 약속이 실현되는 듯 싶었지만,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제3기 출범을 앞둔 중국 당국자들의 인사이동이 이어지면서 왕 부장 방한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왕 부장은 이때 외교부장직을 직전까지 주미국대사를 지낸 친강(秦剛)에게 물려주고 중국 당정의 '외교사령탑'으로 불리는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영전했다가 올 7월 친강이 면직되면서 '임시'로 외교부장직을 겸임하게 된 상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양자 혹은 다자 간 외교현장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게 됐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을 수행했을 때도 조우해 인사를 나누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참석자들 간의 일정이나 동선 등 문제로 박 장관과 왕 부장이 함께 등산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한일중 장관들의 오찬 메뉴에 '자장면'이 포함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장관과 왕 부장, 그리고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을 포함한 한일중 3국 외교장관들은 26일 오찬을 함께한 뒤 정상회의에 임할 계획이다. 한일·한중외교장관회담은 당일 오전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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