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접경지에 헬기·무인기 띄워 北장사정포 '밀착' 감시(종합)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MDL 인근 투입 가능해져
韓총리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 및 대응 태세 강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정부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내용 중 일부(1조3항)의 효력을 22일 오후 3시부로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이르면 이날부터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공에도 대북 감시·정찰용 무인기 등을 띄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1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 약 5년 만이다.

군 당국은 이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을 겨누고 있는 북한군 장사정포 진지를 비롯한 접적지 동향을 보다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다음날인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9·19합의 효력 일부 정지' 안건을 상정·의결했다. 현재 영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해 해당 의결안을 즉각 재가했다. 북한은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서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구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에 효력 정지가 결정된 9·19합의 1조3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것이다. 남북한은 이 조항에 따라 2018년 11월1일부터 MDL 인근 상공에 모든 기종 항공기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그 결과,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MDL을 기준으로 동부지역(MDL 표식물 제646~1292호 구간)은 40㎞, 서부지역(MDL 표식물 제1~646호 구간)은 20㎞ 내 비행이 금지됐다. 또 헬기 등 회전익 항공기는 MDL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 15㎞ 및 서부 10㎞ 내에선 비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9·19합의 조항 때문에 "대북 정보감시활동이 제약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비행금지구역' 밖에서도 대북 감시·정찰활동을 수행할 수 있지만, 관련 자산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단 것이었다.

반면 북한은 서해 접경지 일대 해안포 사격과 포문 개방 등을 통해 수시로 9·19합의를 위반하는가 하면, 작년 말엔 무인기 5대를 MDL 넘어 서울 등 수도권 상공을 향해 날려 보내기까지 했다. 우리 군 당국이 지난 5년간 파악한 북한의 9·19합의 위반행위만 3600여차례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날 오후 3시부로 9·19합의 1조3항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당장 이날부터 △MDL 인근 상공에서 우리 군의 대북 감시·정찰활동과 공중훈련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전방부대 순찰시 헬기 활용도 가능해졌다.

특히 군 안팎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로 탐지거리가 8㎞ 수준에 불과해 차폐(遮蔽) 구역이 생기는 등 그간 대북감시·정찰에 있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군단·사단급 전술제대의 무인기가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미 공군 제공) 2019.12.25/뉴스1

이들 군단·사단급 무인기가 MDL 인근 상공까지 진입해 감시·정찰활동을 수행할 경우 북한군이 접경지 산지의 후사면 등에 숨겨놓은 장사정포 등 각종 무기에 대한 밀착 감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현재 700여문의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 수도권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은 300여문 정도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그간 9·19합의의 제약으로 북한 장사정포 공격에 대한 식별은 물론, 이를 대비한 우리 군의 훈련이 제한됨으로써 북한의 기습 공격 위험에 노출되는 등 우리 접경지 안보태세가 취약해졌다"며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통해 과거 시행하던 MDL 일대 대북 정찰·감시활동이 즉각 재개됨으로써 우리 군의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 태세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운용하는 자산들이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그 뒤로 나와 비행할 경우 산지에 가로막히는 등 (대북감시·정찰에) 분명한 제한사항이 있었다. 이 같은 감시공백을 다른 자산으로 전환해 보완하려고 했지만, 다른 자산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그런 부분들이 보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그간 원거리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해온 공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등과 이들 무인기를 함께 활용할 경우 북한 내 주요 지역에 대한 '맞춤형' 정찰·감시활동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이를 위해 한미연합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운용계획 변경 등 관련 자산을 MDL 인근 상공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현재 우리 군은 RF-16 '새매'와 RC-800 '금강', RC-800B 백두 등 유인 정찰기를 비롯해 군단급 무인기 RQ-101 '송골매' 등을 정찰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북한이 작년 말 무인기 도발을 통해 9·19합의를 위반했을 땐 그 대응 차원에서 우리 군의 송골매 2대가 MDL 넘어 북한 지역을 정찰한 뒤 돌아왔고, 백두와 금강도 MDL 근처까지 비행했다.

우리 군은 이날 9·19합의가 일부 효력 정지되는 것을 계기로 상징적 의미에서 이날 오후 중 일부 정찰기를 MDL 인근 상공에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군 당국은 현재 미국·일본 측과 공조해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한 분석·평가 작업도 진행 중이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10시43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우주발사체 1발을 남쪽으로 쐈다. 이에 북한은 22일 관영 매체를 통해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