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다시 모인 유엔사 회원국 "한국 안보 위협 땐 공동 대응"(종합)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 첫 개최… 17개국 대표단 참석
"한반도 평화 수호 위해 1953년 '정전협정' 정신 지속"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참석자들. 2023.1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미국을 포함한 17개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대표들이 14일 서울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1953년 체결한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의 정신과 약속이 변함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사 회원국들은 특히 "유엔의 원칙에 반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및 대표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각국 대표들은 성명에서 '한반도 평화 수호'와 '유엔사 회원국 간 협력·연대 강화'에 뜻을 같이했다.

특히 이들은 "6·25전쟁 당시 유엔사는 유엔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전투·지원 전력을 성공적으로 통합·지휘함으로써 북한의 무력공격을 격퇴하고 대한민국 평화를 수호했다"고 평가했다.

각국 대표들은 또 "다수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강력 규탄한다"며 북한을 향해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불법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2023.1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이들은 "현재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간 연합연습·훈련을 활성화하고 상호교류·협력을 지속 증대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6·25전쟁)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이 아니고 전쟁이 종결된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유엔사의 역할이 계속돼야 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엔 참전국들이 1953년 7월 '워싱턴 선언'(한국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 선언)을 통해 '6·25전쟁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재참전하겠다'고 결의한 점을 들어 "유엔사 회원국들이 그 약속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 회원국들의 공동성명에 담긴 '공동 대응'에 관해선 "유엔사는 군사조직이기 때문에 군사적 대응을 뜻한다"가 밝혔다. 그는 "오늘 회의가 모멘텀이 돼 유엔사가 능력 측면에서 더 강한 조직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유엔사는 1950년 6·25전쟁 발발을 계기로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설치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로서 전쟁 당시 국군을 비롯해 유엔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 전쟁 기간 약 195만명의 유엔사 장병들이 참전했고, 이들 중 약 4만명이 희생됐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2023.1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유엔사는 이후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땐 북한·중국과 함께 당사자로서 서명했다.

유엔사는 현재도 남북한의 정전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감독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유사시엔 회원국들의 병력·장비 제공을 통해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유엔사는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에 총 7곳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전투부대를 파병한 14개국(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캐나다·프랑스·뉴질랜드·필리핀·튀르키예·태국·남아프리카공화국·그리스·벨기에·콜롬비아)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3개국(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 등 총 17개국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엔 누구도 70년 동안 (정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하거나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70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약속이 유효한지 확인해보자'는 데 한미 국방부가 공감해" 이번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가운데)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 2023.1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군 당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연합 군사연습·훈련에 부대나 참모부를 파견하는 유엔사 회원국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 부사령관(영국 육군 중장)은 이날 회의에서 저마다 우리나라와 유엔사 간의 협력·연대 강화 방안과 향후 유엔사의 역할 및 임무 수행 등에 관해 발표하고 각국 대표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우리 국방부가 전했다.

특히 허 실장은 △유엔사 회원국 확대와 △우리 군 장성 등 장교의 유엔사 참모부 상시 파견 의사를 유엔사 측에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전협정 정신, 안보리 결의, 한반도 방위에 대한 그동안의 유엔사 회원국들 간의 약속 등을 이행하고자 하는 의사가 확인되면 희망국과 우리 정부, 유엔사 간 상호 협의를 거쳐 회원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군 장교의 유엔사 참모부 파견과 관련해선 "우리 군과 유엔사 내에서 상당 기간 논의해 온 것"이라며 "유엔사의 역할·기능에 부합하면서 우리 군이 주도적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 보직들을 협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참석자들. 2023.1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우리나라가 유엔사 회원국에 편입되는 방안은 이번 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 회원국은 한반도 방위를 약속한 지원국이고 우리는 그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피지원국이자 그들의 주둔국"이라며 "피지원국이 회원국이 되는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팻 콘로이 호주 방산장관 등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공동성명에서 6·25전쟁 당시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나의 깃발 아래' 함께 싸운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의 도발·위협 또한 거듭 규탄했다.

우리 군 당국은 앞으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이미 공감을 표시한 상태로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 다른 유엔사 회원국들과도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전쟁 억제와 평화 유지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유엔사 및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