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핵폭격기에 ICBM까지… 한미 올해 9차례 '핵 3축' 확장억제 과시(종합)

B-52H 국내 기지 최초 착륙 및 美잠수함기지 방문 등 이어져
국방부 "北핵공격 대비 역할 확대… 함께하는 확장억제 구현"

한미일 3국 전력이 참가한 공중훈련. 위쪽부터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2대,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미 공군 B-52H 폭격기,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2대. (미 공군 제공) 2023.10.22/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한미 군 당국이 올 들어 총 9차례에 걸쳐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및 한미 간 연합공중훈련 실시, 그리고 우리 군 관계자들의 관련 미군기지 방문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공고히 했다고 7일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 군은 올해 한반도와 그 주변 상공에서 핵무장이 가능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참가한 연합공중훈련을 현재까지 총 5차례 실시했다.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제고 차원에서 지난 3월6일 올해 처음 한반도에 전개한 B-52H는 3월28일 북한이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자 그 대응 차원에서 4월5일 다시 우리나라로 날아왔다.

B-52H는 북한이 4월13일과 7월13일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을 실시한 다음날에도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고, 6월30일에도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수행했다.

특히 지난달 17일엔 B-52H 폭격기가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 상공에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막식 축하비행을 한 뒤 사상 처음으로 우리 공군기지(청주기지)에 착륙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22일엔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우리나라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 전력까지 참가한 한미일 3국 간 공중훈련이 처음 실시됐다.

이외에도 우리 군 관계자들은 제8차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참가와 연계해 올 2월24일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 소재 미 해군 원자력잠수함기지에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웨스트버지니아'에 탑승해 내부 시설 등을 둘러봤다.

또 이달 1일엔 한미 국방당국자들이 미 캘리포니아주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Ⅲ'의 시험발사를 함께 참관하기도 했다. 우리 당국자들이 미국의 ICBM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한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였다.

이런 가운데 올 7월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에 맞춰선 미 해군 SSBN '켄터키'가 부산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핵추진 순항유도탄 잠수함 '미시건'과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 '로널드 레이건'이 1차례씩 우리나라를 다녀갔고, 미군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 또한 1차례씩 전개했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다른 전략폭격기 B-1B는 5차례에 걸쳐 한반도 상공에 전개돼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수행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왼쪽)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수석부차관보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Ⅲ'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3.11.1/뉴스1

이들 전력 가운데 ICBM과 SSBN, 전략폭격기는 미국의 '핵 3축' 체계로 꼽힌다. 따라서 해당 전력이 한반도에 전개하거나 우리 군 관계자들이 미국 내 관련 기지를 방문한 것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등 '확장억제' 효과가 있더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핵·재래식·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억제력을 제공하는 정책을 말한다.

북한은 현재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계속하며 수시로 대남 도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 관련 협의를 위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핵협의그룹(NCG)을 운용 중이다.

남북한 간의 평화 기조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임기 말 2021년엔 이들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1차례도 없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작년 7월엔 미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에 1차례 전개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핵운용 관련 정보공유, 협의, 기획·실행 등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며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를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군사논평원 명의 글을 통해 미국의 '미니트맨 Ⅲ' 시험발사 실패를 지적한 데 대해선 "(미니트맨 시험은) 북한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도록 한미가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 동향을) 자세히 보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현 상황을) 굉장히 걱정스러워한다고 판단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니트맨 Ⅲ 발사) 실패로 한미의 '억제력' 현시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측은 충분한 (핵전력) 수량과 능력을 갖고 있고, 이를 진전시켜가고 있다. 동맹국에 확실한 위협이 있을 때 그것으로 억제력을 실행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이 3~4개의 전장을 동시에 경험할 때 우리나라에 대한 확장억제 능력이 제대로 유지되겠느냐'는 우려엔 "(미국이) 다른 전장에서도 핵무기로 대응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대응능력은 충분히 유지되고 있음을 미국 측과 일하며 충분히 느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내년 미 대통령선거 이후 미국의 확장억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국방당국에선 양국 대통령이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합동참모본부 산하에 내년 창설할 전략사령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전력을 통합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