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19합의' 15개 항목 중 2개 지켜… 사실상 사문화"

이호령 KIDA 센터장 "'JSA 비무장화' 'GP 시범적 철수'만 이행"
"'억지' 기반 안정·평화… 기본합의서·정전협정 차원서 접근 필요"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 포 진지. 2018.10.31/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2018년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의 15개 이행항목 중 2개만 이행하는 등 합의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3일 오전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이 한반도에 갖는 안보·군사적 함의'를 주재로 서울 동대문구 소재 KIDA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센터장은 "'9·19합의'는 한반도 억지와 안정, 평화의 메커니즘인 (6·25전쟁)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한다"며 "즉, 9·19합의는 남북기본합의서 남북불가침 제2장 제9~13조와 2장 부속합의서 내용 중 일부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과 달리 '현실'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9·19합의의 15개 이행항목 중 북한이 유일하게 이행한 건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적 철수'뿐"이라며 "이는 정전협정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6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은 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9·19합의를 3000건 넘게 위반했다"며 "북한의 (9·19합의) 이행 노력은 2019년 1월부터 중단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군 당국은 완충수역을 향한 북한군의 포격 등 9·19합의 '중대 위반' 사례가 최소 17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9·19합의에 따르면 북한군은 서해 접경지에 배치한 해안포·함포에 포구 포신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 같은 합의사항 역시 지속적으로 위반해왔다. 우리 군 당국이 현재까지 확인한 것만 3400여회에 이른다.

육군 '수리온' 헬기. 2023.5.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우리 군 당국은 9·19합의에 따라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대북 감시 및 정밀타격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9·19합의 때문에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 주둔 중인 우리 해병대는 현지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북한은 인접한 황해도 내륙에서 그동안 110여회의 포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9·19합의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함포 사격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발사, 무인기 영공 침범 등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되면서 "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 최근 우리 국방부는 '9·19합의 효력 정지'를 공식 건의, 현재 정부 내에서 그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은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마찬가지로 적대정책과 기습역량, 반미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린 억지에 기반을 둔 안정과 평화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억지'의 작동원리에 착안해 북한의 9·19합의 준수를 근본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보다 큰 틀인 남북기본합의서 준수와 정전협정 준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