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는 병역의무자 11만… 입대해야 하나요? [요즘군대]

25세 되는 해 1월15일까지 국외여행 허가 받으면 연기 가능
병무청 "모국 방문 불편 없게" 재외국민 대상 온라인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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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23.2.1/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10세 무렵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김모씨(57)는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 아내와 결혼해 2녀1남을 뒀다. 10여년 만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가려던 김씨는 자신의 세 자녀가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구나 아들은 올해 20세로 병역의무자가 된 상황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는 김씨 아들은 어째서 병역의무자가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출생 당시 부(父) 또는 모(母)가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 그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는 내용의 현행 '국적법' 제2조 때문이다.

김씨 아들이 미국에서 태어날 때 김씨는 미 영주권자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김씨의 아들은 출생지주의 국가인 미국의 국적법에 따라 미 시민권(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했던 것이다.

또 '병역법'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법률상 김씨 아들은 출생 때부터 병역을 이행할 의무를 갖고 있었다.

◇외국 거주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은 37세까지 병역 이행 연기 가능

그렇다면 김씨 아들이 우리나라에 입국할 경우 무조건 군대를 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진 않다.

'병역법' 제60조에 따르면 '국외에 체재·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병역판정검사 등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또 같은 법 70조는 '병역의무자로서 25세 이상 병역준비역 등'은 국외여행시 병무청장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 아들처럼 국외에 거주하는 복수국적 남성은 병역판정검사를 연기할 수 있다.

<자료사진> 2023.2.1/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단, 김씨 아들이 25세가 되는 해부턴 국외여행(체재·거주 포함)시 병무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24세가 되는 해 1월1일부터 25세가 되는 해 1월15일 사이 관할 재외공관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이 경우 병역 관계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면 37세까지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병역 이행을 미룰 수 있다. 그리고 38세가 되는 해엔 1월1일부로 '전시근로역'에 편입되면서 사실상 '입영 등' 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이 같은 병역의무 연기 기간 중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국외 거주'다.

국외 거주 병역의무자가 병역연기 처분을 받을 땐 국내 거주자와의 형평성을 고려, 국내 체류기간을 연간 총 6개월까지로 제한한다. 또 연간 6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며 병무청장이 고시한 영리활동을 했을 땐 국외여행 허가 또는 병역 연기가 취소될 수도 있다.

아울러 복수국적 남성이 38세가 되는 해 1월1일 전시근로역에 편입되면 편입일로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만 선택해야 하다.

◇'국적이탈' 놓쳤을 때도 25세 1월15일까지 국외여행허가 받으면 병역 연기

미국 등 출생지주의 국가에서 한국인 부 또는 모로부터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려면 국적법 제12조에 따라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 전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뉴욕에 거주하는 이모씨(23)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해 국적이탈 시기를 놓쳤다. 이씨는 방학을 이용해 잠시 한국에 가고 싶지만 주변으로부터 '한국에 입국하면 군대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이고 있다.

<자료사진>2021.5.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이 국적이탈 시기를 넘긴 채 우리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엔 병역의무 해소 2년 이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씨는 지금 당장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군대에 가는 것도 아니다. 앞서 김씨 아들 사례처럼 24세부터 25세가 되는 해 1월15일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으면 병역 이행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의무를 가진 복수국적자라고 해도 우리나라에 여행을 오거나 국내에 거주하는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 잠시 다녀가는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없단 것이다.

◇병역 이행 후 2년 내 '국내에선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시 복수국적 유지 가능

현재 우리나라에서 육군 현역병으로 복무 중인 박모 상병(29)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그는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살고 있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자진 입대했다고 한다.

국적법 제12조에 따르면 박 상병과 같은 복수국적자가 병역을 마쳤을 땐 그로부터 2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만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박 상병은 전역 후에도 복수국적을 유지하고 싶어졌다. 가능할까. 조금 복잡하지만 방법은 있다. 국적법 제13조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서약하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상병은 전역 뒤 국내에선 대한민국 국적자로 살아야 하지만, 해외에선 아르헨티나 국적자로 생활할 수 있다.

(병무청 제공)

◇외국 국적 자진 취득 땐 우리 국적 '자동 상실'… 병역 의무도 '소멸'

반면, 국내에서 나고 자란 우리 국적 남성이라고 해도 유학 목적으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미국에 체류하던 중 자진해서 미 시민권(국적)을 취득한다면 국적법 제15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

또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미 시민권을 취득하는 순간 해당 남성은 병역의무도 함께 소멸된다.

이처럼 외국 국적 취득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은 국적법 제16조에 따라 관할 재외공관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상실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병무청은 해당자의 국적 상실에 관한 사항을 확인한 뒤 병적이 제적 처리된 사실을 관보를 통해 알린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병역의무자는 모두 11만1109명이다. 이 가운데 국외 이주자는 8만1463명, 국외 일시 체류자는 2만964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상의 사례처럼 재외국민 입장에선 국적과 병역 이행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병무청은 재외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지난 2월과 7월 온라인 병무설명회를 처음 진행했다. 내달 중에도 일본의 주니가타·히로시마 총영사관 관할지역 대상으로 한 온라인 병무설명회를 개최한단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재외국민이 병역이행에 대한 오해로 모국 방문에 불편함이 없도록 언론·영상·소셜미디어(SNS)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적극 홍보하고, 재외공관과 협조해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ej86@news1.kr